2021년 11월 6일 토요일

S4E04. 이민 On boarding

 

1차 백신을 맞은 탓에 면역 반응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잠에서 깨서 커튼을 열어보니 잿빛 건물 벽에 비친 햇살이 눈이 부시다.

Downtown Line을 지나가고 있는 Bencoolen 역 코앞에 위치한 Bencoolen Hotel 은 1968년에 지어졌다고 광고를 할 정도로 빈티지 호텔임에 자부심이 있는 꽤나 오래된 호텔이다.

시내 중심부에 초 역세권 인데도 1박에 60달러도 채 되지 않는 가성비를 보여주는 이유는 호텔 연식이 설명해 준다. 연인과 여행을 온다면 당연히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런에도 20세기에는 나름 고급 호텔로 잘나갔을거 같은 과거의 명성을 알 수 있는 사진들이 복도와 엘리베이터에 걸려 있고 엔티크하고 빈티지한 디자인과 가구들이 취향인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에 시내 중심부에서 머무를 수 있다.


Dhoby Ghaut 과 Bugis 사이에 위치한 이 곳은 생각보다 먹을만한 곳과 즐길 곳이 많이 있다. 내가 가서 앉아서 즐길수 없으니 그림의 떡이지만.. 호텔 뒤편에 있는 펍이 모여 있는 스트리트는 밤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중에 백신을 모두 맞고 나면 한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Bencoolen 역 뒤쪽 Prinsep St 에 위치한 Pub 들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Vaccinated 상태가 되기 전까진 이렇게 음식을 픽업해서 호텔에서 먹어야 한다..
I hate my life...




Bencoolen 근처에 한국 마트. 여기 꼬깔콘은.. 모양도 다르고 맛도 없다.
새우깡이나 살껄





회사에서는 내 쿼런틴이 끝난 직후 EP (Employee Pass) 신청을 진행해 주었고, 그 후에 나는 온라인에서 Singpass(싱가포르에서 본인 신원 확인을 쉽게 해줄 수 있는 ID 시스템)  등을 신청할 수 있었다. 또, 비자 카드 발급 신청을 위해서 MOM(Ministry Of Manpower) 에 직접 방문 예약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가야만 했다.


MOM 센터는 Clarke Quay 에 위치해 있다. 클락퀴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플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Singapore River 에 위치한 클락퀴는 그야말로 젊음의 상징 거리이다.

클럽과 술집, 음식점들이 강가에 즐비해 있고 (망할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밤이 되면 젊은 청춘들이 거리로, 강가로 나와 싱가포르의 야경에 취해 있었을 것이다.


2년 전의 클락퀴는 아름다운 야경 불빛과 사람들로 가득찬 활기찬 곳이었다


Singapore River 를 가로질러 Clarke Quay로 향하는 다리. 어딘지 까먹었다..  Read Bridge로 추정


싱가포르 여행을 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보트 패키지도 Singapore River를 따라 Boat Quay와 Clarke Quay를 지나서 마리나 베이를 거친다.



방문 예약날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Clarke Quay 근처에 있는 MOM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나오니, 역시 2년 전에 여행의 마지막 날 싱가포르의 시그니쳐 메뉴인 칠리 크랩을 먹기 위해 찾아간 Jumbo Seafood Restaurant 레스토랑이 보였다.



(레스토랑을 못가서 또 과거 회상씬....) 2년전 혼자서 점보 시푸드 레스토랑에 가서 칠리 크랩 한마리를 다 처먹었다. 그 당시 이걸 먹고 있을때는 길 건너편 MOM에서 비자 신청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며칠 뒤 비자카드와 씽패스 임시 패스워드가 우편으로 회사로 배송이 되었고 나는 드디어 EP 패스를 이용해서 전화번호를 개통할 수 있었다. 신원이 확실하니까.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들고다니던 푸른빛이 돌던 외국인 ID를 이제는 내가 들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Circles Life 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알뜰폰 같은 통신사업자 인데 Singtel 망을 공유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eSIM 서비스를 지원하고 약정도 없고 저렴하기에 동료의 추천을 받아서 전화번호를 새로 개통하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eSIM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는데 싱가포르에서 eSIM을 사용하니 정말 편하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번호는 유지해야 하기 떄문에 한국심과 싱가포르 eSIM을 동시에 사용할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나서 정말 중요한 은행 계좌 만들기.. 


은행 계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분증(EP 카드), 여권, 내가 거주하고 있는 거주자 증명서 (Proof of Residence) 가 필요하다.




문제는 집을 계약 하려면 보증금을 보낼 계좌가 필요하다...
그래서 계좌를 만드는 건데, 집주소가 있어야 은행계좌를 만들수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이오




Deadlock에 빠진듯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Proof of Residence는 계약을 하지 않아도 곧 이사할 집 주소를 넣고 회사에서 발행해 주면 되는 거였다.


살 집을 어느정도 찾아둔 상황 이었기 때문에 회사에 Proof of Residence를 발급 요청하고 은행부터 방문 하였다. 


Dhoby Ghaut 근처의 Singapura Shopping mall 에 있는 DBS 은행으로 가서 계좌 발급을 하기 위해 이름을 적고 나니, 직원이 딴데 가서 쇼핑이나 하고 오란다...  대기 시간이 엄청 길다고... 

싱가포르는 은행계좌 만드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로 악명이 높다



DBS 은행을 선택한 이유는, 너도 나도 DBS 은행을 추천을 하더라고.. 그 이유는 실제로 사용해 보니 알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결제 시스템이 굉장히 발달한 곳 중 하나이고 DBS 뱅킹 앱은 정말 결제와 송금등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결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집을 구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집을 구한게 아니라 집을 구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