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6일 토요일

S4E05. 싱가포르 집 구하기



나는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할때 즈음 독립을 해서 자취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는 터라, 나름 프로 이사러이고 집을 보는 안목도 꽤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울 시티즌의 이야기일 때이다.


싱가포르의 이사는 모든 것이 다르다.





싱가포르의 거주 형태를 말할때 보통 Condo(Condominnium)과 HDB를 이야기 한다.

콘도: 비교적 한국의 신축 아파트 느낌. 층에 2~4가구. 수영장이나 Gym 이 대체로 있음. 콘도별로 테니스장이 있기도 함. 규모가 작은 콘도는 수영장도 작음. 그러나 연식이 오래된 콘도들도 있으니 TOP(건축 년도)를 확인해야 함.


HDB: 한국의 오래된 주공 아파트 느낌. 층에 4가구 이상. 복도식도 많이 있음. 수영장, Gym 같은 부대시설이 없음.

당연히 렌트 비용은 Condo > HDB 이겠다.


Condo의 월세는... 외곽으로 나가 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본 지역의 1베드룸+거실 룸렌트의 비용은 $2200~$3500 수준이었고, 가격이 쌀 수록 작거나 오래된 콘도일 가능성이 컸다



내가 20대 사회 초년생 이었다면 룸 쉐어를 하거나 HDB 에서 거주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겠지만, 지금은 아프니까 30대 인지라..   머나먼 타향 살이를 하면서 건강과 삶의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렌트비가 비싸지만 Condo 만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연애 준비도 해야지...



그리고 1년뒤, 2년뒤.. 내가 싱가폴에 잘 정착할지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
지르자





싱가포르는 서울에서 건물마다 한 두개씩은 보이는 부동산 중개소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Property Guru 같은 부동산 중개 서비스에 올라온 매물을 보고 검색해서 Agent(부동산 중개인) 에게 직접 Whatsapp 으로 연락을 한다.



출처: 한혜진 인스타그램

싱가포르는 부동산에 직접 찾아가서 중계사 분들을 먼저 직접 만나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Agent는 Job market 에서의 Recruiter 같은 역할을 한다. Landlord 가 집(position)을 올려두고 구인을 하겠다고 Agent(Recruiter)를 고용하면 임차인(Tenant)은 지원자가 된다.

처음에는 이것을 잘 몰라서 그냥 집좀 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는데 하나같이 내 프로필을 요구했다.


기본적인 렌트 기간과 예산을 물어보는것은 당연하고,
나이, 직업, 국적, 결혼여부, 흡연자인지, 애완동물은 있는지, 몇명이 지낼 건지, PR(Permanent Resident, 영주권자)인지 다른 비자 소지자인지...





출처: 나무위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서 국뽕을 느낄수 있는게, 싱가포르에서 South Korean 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좋다는 것을 느꼈다.


회사 사람들이 알려준 내용인데, 프로필에 내 석사 학위 여부나 직업도 어느정도 구체적으로 적으면서 어필을 하면 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누가 집 구한다고 할때 직업이랑 국적 물어본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마 뉴스 기사 거리일걸?


싱가포르는 역시 자본주의의 국가이고 집주인들은 임차인의 경제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직업이 지위를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자신이 임대하는 곳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심지어 그것을 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내가 어제 우리집에 의사 양반을 입주 시켰어.. 촤하하!
우린 교수 양반네 부부가 산다니까?





어쨌든 이런 프로필을 간단히 알려주고 Agent가 집주인을 통해 OK 사인을 받으면 viewing 을 요청하고 스케쥴을 잡아서 방문을 하고 집을 구경하고 나서 마음에 들면 적당히 네고를 한 가격으로 Offer를 준다.


Property Guru에 있는 가격에서 어느정도 네고는 필수라고 한다. 이걸 모르면 호구되기 십상이다.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Real Estate Market 이다.
나같은 경우 곧 만기일이 다가오는 유닛이라 월세 안끊기게 바로 들어갈수 있다고 어필을 해서 에누리를 시도했다




Agent는 집주인과 상의를 하고 집주인이 Accept을 하면 계약을 진행해 준다.


계약서에 싸인을 하기까지 Agent와 거의 만날 필요도 없고 집주인도 계약 당일에도 볼 필요가 없었다. 이메일로 전달받은 가계약서에 전자 서명을 하고 주고 받은 후 집주인이 Accept를 하면 본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계약 당일, 나는 집을 한번더 보고 싶기도 하고, 특별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도 궁금 해서 직접 Unit* 을 방문해서 Agent와 함께 싸인을 하였다. 집주인은 싸인을 하는 순간까지 만날 필요도 없었다. (입주날 냉장고 문을 좀 수리하러 직접 왔는데 그 때 처음 보았다)


* 싱가포르에서는 집이나 상가 단위를 Unit 이라고 부른다. 쇼핑몰을 들어가도 상가를 찾을 때 Unit number를 알아두고 물어보면 편하다. 보통 XX-YY 로 되어 있는데 앞에 두자리는 Floor를 의미한다.





약 3주 동안 퇴근하고 저녁과 주말에 수십명의 에이전트와 밀고 당기기를 시전하며 십수군데의 집을 보러 다녔다. 적절한 가격의 유닛을 구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했다.



아래는 내가 돌아본 동네와 싱가포르 집(condominium)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동네




싱가포르 전역을 다 돌아다닐수는 없었다. 우선순위는 일단 처음 1년은 싱가포르를 온연히 즐기고 싶었기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시내에 나가기 좋은 접근성이 좋은 곳에 살고 싶었다.


한 때 East Coast Park 근처에 사는 로망을 생각하기도 했으나 MRT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ECP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아래는 내가 주로 돌아다니며 집을 알아본 동네들


River Valley, Robertson Quay
- 시내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중심부의 아름다운 동네에는 이름에서와 같이 Singapore River 가 흐른다. Fort Canning Park 가 가까이 있으며 서양인들이 꽤 많이 사는 지역이다. 적당히 나이가 들은 나같은 30대에게 핫플인 Robertson Quay는 브런치 카페와 와인바가 곳곳에 있어서 차도남의 삶을 영위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단점은 집이 너무 비싸고 가격에 비해 좁다.



Robertson Quay 한가운데에 있는 1베드룸 콘도.
이 유닛은 1베드 월세가 $3000.. 절대 네고 불가로 못박더라..
여기보다 저렴한 곳은 오래된 콘도 뿐인데 연식이 오래돼도 그나마 2~300불 더 저렴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가오로 사는 지역




Robertson Quay에 위치한 Common man Cafe에서 산 브런치
여기 살면 이런걸 매일 먹을수 있을까?
저 빵조가리 하나에 30$ 인건 안비밀


River valley의 강변은 이렇게 트래킹 및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 좋다.
사실 Robertson Quay가 마음속의 1순위 였다.



Orchard
- 여긴 너무 비싸서 나중엔 포기 했다. 정말 극악의 가성비를 보여주는 지역인데 그래도 나름 마지막엔 괜찮은 유닛을 찾기도 했다. (오차드에서 꽤 멀리 떨어진 외곽)

쇼핑몰이 많고 현대식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이 동네는 예전에도 이야기 했듯 정말 싱가포르의 도시 냄새 그 자체이면서 특색이 별로 없는 곳이기도 하다.




450 Sqrt feet 내외의 작은 원베드룸
한국의 원룸보다는 크고, 테라스가 넓지만 생각보다 좁은 느낌이다.
수영장도 없고 부대시설이 너무 빈약해서 서울에서 사는거나 별반 없는 느낌이라 포기




Somerset 근처의 가성비 괜찮았던 원베드룸.
거실이 크지만 수영장이 귀엽다.. 그래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거 보니 관리는 되는듯 했다



Orchard 중심부의 Far East Plaza
이 근처에서 본 유닛은 가구도 하나도 없는데 3000$ 을 훨씬 웃도는 극악의 가성비를 보여줬다.




Stevens

- 어쩌다 보니 이지역은 유닛을 보러갈 기회가 없었지만 여기도 굉장히 괜찮은 동네이다. 회사사람들도 이 동네에 많이 살고 동네를 한바퀴 돌아 봤을때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가구가 많이 사는듯 했다.  (잼민이 부터 고삐리까지 다양한 빌런들이 거주)

Orchard 북쪽에 위치해 있고 접근성이 굉장히 좋으며, 싱가포르의 유명한 Botanic Gardens 가 가까이에 있다. MRT를 타고 Downtown line을 따라 내려가면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Telok Ayer 에 다다를 수 있다.

단점은... 나같은 싱글에게는 너무너무 심심한 동네라는 정도? 그래도 내년쯤에 이사를 한다면 이곳이 유력한 후보지이다.  유닛을 좀 둘러볼걸 후회가 된다..




Novena


- Stevens 에서 동쪽으로 Newton 을 지나서 있는 이 지역은 결국 내가 체력이 다할 때쯤 이사를 결정하기로 한 동네이다.
그리고 이 동네의 유닛을 제일 많이 보았다.


NS MRT 라인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 Netwon, Orchard 가 5분 거리에 있고 그대로 Raffles Place 까지 이어져서 시내로 가기 좋다. (출퇴근이 굉장히 용이하다)

쇼핑몰과 병원, 샵들이 밀집해 있어서 인프라가 굉장히 편하고 콘도에서 MRT 까지 5분 거리에 있는 곳에 앞으로 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단점은 Novena 역 근처에 크게 공사를 하는데 집근처는 아니지만 출퇴근 길이 조금 불편하다.





수영을 하고 싶었기에 수영장이 적당히 크고 깨끗하면서도 운동을 하기 위한 Gym이 잘 갖춰져 있어서 코로나 시대에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기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그나마 약간 외곽으로 오니 상대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그래도 비싸다..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월세) 수영장과 Gym 이 잘 갖춰지면서 코앞에 쇼핑몰이 있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환경의 콘도를 구했다. 








부대시설 및 집 구조





수영장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탓에 아파트 부대시설에 수영장이 있다면 실내 수영장이고 고급 신축 아파트들만 그런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의 콘도들은 크든 작든 수영장이 거진 다 있다.
싱가포르의 수영장이 있는 콘도들 중에 내가 머무르는 콘도의 수영장은 굉장히 작은 편에 속한다.


싱가포르에서 수영장이 있는 집을 구할때는 수영장 근처의 시설(샤워기 등)을 잘 보아야 한다.
어떤 콘도는 수영장이라고 있지만 사람들이 거의 이용을 하지도 않고 샤워기가 녹이 슬어서 사용도 안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대부분 건물이 한 동 짜리 소형 콘도였고 수영장 크기도 굉장히 작았다. 


아래는 내가 봤던 콘도들의 수영장들을 찍은 사진. 큰 수영장이 잘 조성된 곳도 있지만 작은 콘도들은 수영장 크기가 좁고 거의 장식이나 다름 없는듯 했다.


제일 좋은건 낮 시간에 가서 사람들(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는지를 보는게 좋다.









Gym

왠만한 콘도들이 Gym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소형 콘도들은 시설이 너무 작아서 1~2인만 들어갈수 있을 정도의... 아무도 안쓰는 Gym도 있었다. 그래서 운동이 중요하다면 이런 부분도 꼼꼼히 뷰잉을 하는게 좋다.








거실

코로나 사태로 WFH 이 장기화 되고 우리 회사도 내년까지는 잠정적으로 WFH 을 해야 한다.
따라서 나만의 작업 공간이 확보 되는것이 중요했다.

거실이 어느정도 크기가 갖춰지려면 450~500 sqrt feet 정도 되는 크기의 유닛을 구해야 했다.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1베드룸 + 거실이 꽤 보편화 되어 있다.

한국은 거실 방 주방이 한칸에 몰려있는 청춘의 대명사 원룸(여기선 Studio 라고 한다)이 가장 많은 거주 형태여서 1.5룸이라고 부르는 1베드룸+거실 형태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다. 요즘은 그나마 신축 오피스텔에 많이 생기는 추세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Novena 에 작은 콘도를 하나 1년 렌트하였고, 싱가포르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