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S4E01. SG Life in Pandemic Era

싱가포르는 매일 무더위만 이어지는줄 알았다. 그런데 은근히 비가 많이 오는 나라다.


국지성으로 장마비처럼 내리는 열대지방의 스콜 Squall 이 Quaranteen 기간 내내 거의 매일 오다 시피 했다.


한가하면서도 감옥같은 토요일 오전, 길고 긴 일주일 격리기간에 단비 같은 바깥 나들이가 예정되어 있었다. 바로 격리 해제 전에 PCR test 를 받으러 검사장으로 잠깐의 외출이 허락이 되었다.


호텔 앞으로 Grab이 도착했다는 노티를 받고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외출을 나섰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는 Grab이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전쟁의 승자이다. 말레시아 출신의 창업가가 만든 이 서비스는 초창기 Uber를 비롯한 전세계 모빌리티 서비스가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전성기에 빠르게 동남아 시장을 선점해서 Mobility, Food, Express, Shopping, Payment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와 같이 시장을 통쨰로 잠식하는 거대한 대기업이 되었다.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Grab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그랩 앱 화면. 이거 메신저만 없지 카카오네..

SHN 기간 도중 Grab Food 서비스를 이용해서 몇번 근처의 레스토랑의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했다. 이제 막싱가폴 입국한  나같은 싱린이는 모든게 다 맛있었다.



사실 그랩 덕분에 격리기간이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코딩하고 맛있는 밥도 주문해서 먹고 오징어 게임 보고....  또 때되면 먹을것이 배달되고... 사실 여기가 천국이 아니었을까? 아니.. 그보단 한국에서의 삶이랑 전혀 달라진게 없었다는 사실에 자괴감도 들었다...



SHN 손님을 태우는 Grab은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모두 열어야 한다고 한다. 덕분에 싱가포르의 공기와 비를 한껏 즐기며 검사장으로 향했다.


검사장은 싱가포르 북부 지역에 있는 Bishan 이라는 지역인데, 서울로 치면 노원구 같은 곳이었다. 나중에 집을 알아보러 이동네도 와봤는데 정말 노원구 같았다. 조용한 주택가이다... 도시가 워낙 작아서 시내 중심에 있는 호텔로부터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은 생소한 싱가포르 동네를 가로질러 이동하며 그랩 드라이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코로나 시국에 외국인들이 싱가포르를 많이 떠나는지 물어보니. 그랩 드라이버는 그말이 맞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고 힘든 일들을 싱가포리안들은 잘 하지 않으려 해서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기도 한단다.

코로나로 인해 강력한 국경 봉쇄를 시행하는 싱가포르지만 개도국의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기에 최근에 많이 워킹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고 한다.

비오는 도로 위의 공사 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싱가포르도 상당 부분이 이민자들로 돌아가는 국가이고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도시국가이다.


여기도 뼛속까지 자본주의 국가임을 실감한다.






인간은 흔적을 남겨야 하는 동물이다. 무사히 PCR test를 마치고.. 스티브 왔다감
팔목에 전자 발찌같이 생긴 저 장치는 SHN 도중 어디 도망 가는지 추적하기 위한 추적기다.




Dear SONG SEUNGHWA (GxxxxxxxxN), the result for your 2/10/2021 swab test is NEGATIVE.


전날과는 다르게 따사롭다 못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일요일 아침, 햇빛 때문이었을까.. PCR test 결과가 음성이라는 문자가 찍힌 아이폰 위 Notification은 평소보다 찬란하게 빛나 보였다.

미리 예약해둔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비가 오던 토요일과는 달리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Sunny Sunday 였다.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은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아직 어느 동네가 좋은지, 어디에 살아야 앞으로의 삶이 편해질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동네 저동네 돌아보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가장 현대적인 번화가이면서 중심부에 위치한 Orchard 근처에 호텔을 잡았다.

Orchard는 싱가포르 여행을 오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씩은 가볼만한 번화가 이다. 쇼핑몰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이곳은 어떻게 보면 싱가포르 특색이 가장 없는 곳이기도 하다. 2년전에 여행왔을때도 Orchard에 왔다가 실망하고는 쇼핑도 안하고 그냥 돌아나온적이 있다.





팀 리드인 Jay님한테 먼저 쿼런틴이 끝났다과 연락을 했더니 싱가포르에 잘 왔다며 환영의 점심 식사를 사주겠단다.



오차드에서 멀지 않은 Dhoby Gaut 이라는 곳에 있는 타이완 음식점

여기는 딤섬과 돼지고기 요리 맛이 일품이다

Isshin Machi -  https://goo.gl/maps/YHjdVAChG2aBd88S7


뭘 먹든 맛있을거라는 말이 맞았다. 근데 그 이후에도 몇번 혼자 왔는데 이 음식점은 정말 맛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살기 좋은 동네, 현재 회사의 상황, 우리 팀의 앞으로의 목표.. 싱가폴 정착 꿀팁등.. 점심식사 이상의 조언들을 들으면서 2년여만에 만나는 Jay 님이 그렇게 반가울수 없었다


Jay님은 가장의 의무를 짊어지고 있기에, 빠르게 집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고 집으로 향하였고, 그와는 달리 자유로운 영혼인 나는 해방감을 제일 잘 느낄수 있는곳으로 향했다.





East Coast Park. 싱가포르 동부에 있는 해안가를 따라 길게 조성된 해변 공원이다. 2년전에 여행때도 와보지 못한 곳으로 와서 해질녘까지 정말 원없이 걸어 다녔다. 


나무와 풀, 새들마저 모든 것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자, 도심의 Orchard 와는 또 사뭇 다른 모습의 싱가포르가 보이기 시작했다.

닭이 거기서 왜나와?




Jay님이 ECP 근처에 한번 집을 구해보라고도 조언해 줬다. 애기 유치원만 아니면 자신도 한번 그곳에 살아보고 싶다고... 정말 이국적인 싱가포르의 느낌이 난다... 문제는 이 동네는 MRT(싱가포르의 지하철)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한다고.....


낭만과 여유의 이국적인 싱가포르의 삶이냐... 아니면 다이나믹한 도시와 문화를 느낄수 있는 삶이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