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월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12. What the heck is real life in SF?

캘리포니아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 비가 많이온 해였다고 한다. 산호세 에서는 홍수가 나서 수재민도 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의미로 전쟁같은 1월과 2월이 지나고, 3월이 되자 포근한 온도와 선명한 햇빛, 그리고 적당한 습도는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해준다. 그게 설령 반지하 방이라 할지라도.

샌프란시스코의 반지하는 뭔가 특별하다. (농담이 아니라 날씨가 그만큼 좋아서 한국에서의 반지하 생활과는 정말 다르다) 2년 연속으로 이 날씨를 만끽했다는 것은 행운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만 빼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회사 동료와 함께 전날 꾸역꾸역 싸놓은 캐리어를 들고 이 도시의 최고의 커피집을 갔다.


Sightglass.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고의 카푸치노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커피인데 초보 바리스타인지 마지막에 커피를 내어 주다가 살짝 흘렸다...ㅠㅠ 귀여워서 봐준다.

카푸치노와 크로아상을 (나만) 간단하게 먹은 후 우리는 Uber..보다 가격이 저렴한 Lyft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향했다. 2분뒤 도요타 캠리를 몰고 파블로라는 아저씨가 우리를 픽업하러 와줬다. 이름과 외모로 유추해 봤을 때 멕시칸 같다.

내가 굳이 인종을 언급한 이유는 인종 차별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직종에 따라 race 분포도가 몰려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공사 현장에는 히스패닉계 아저씨들이 대부분이고 우버나 리프트 드라이버에는 히스패닉, 아시안 들이 많지만 유럽계 아주머니들도 많이 보인다. 아마 예전부터 이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밤 운전대를 잡은 것 같다.

엔지니어는 중국인 인도인 비율이 꽤 높지만 중동, 유럽, 미국인 등 그래도 가장 다양한 인종이 섞인 직군인 듯 하다.

특이한 점은 Trader Joe's 라는 유명한 식료품 체인이 있는데 이 곳의 계산원들 중에는 게이들이 많았다.

며칠전 밤에 칼트레인역에서 Lyft를 불렀을 때 찍은 사진.

야간에 저렇게 분홍색 리프트 라이트를 볼 수 있다. 선발 주자인 우버와 경쟁하는 업체다.
최근 우버가 Immigration ban 사건 및 사내 성추행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그 반사 이익을 많이 받기도 했다. 재미있는건 요금 체계가 우버나 리프트나 둘다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람들은 두 앱을 켜고 그 때 그 때 저렴한 것을 찾아 사용한다. (아예 비교해서 둘중 하나를 선택해 주는 앱도 있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ㅋㅋ




파블로씨는 친절하게도 캐리어도 트렁크에 싣는걸 도와준다...  (한국에 와서 택시를 탔을 때는 쿨하게 트렁크만 따주고 알아서 실으라고 하더만...)

우버와 리프트의 드라이버들은 별점에 굉장히 민감하다. 평점이 좋지 않은 드라이버를 자른다고 하는데 사실은 정말 질이 안좋은 드라이버는 한번도 본적이 없다. 재미있는건 드라이버의 별점에도 racism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뉴욕같은 경우에는 동양인 드라이버는 별점 경쟁에 많이 밀린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 280 을 달리는 창밖의 풍경.. 이 날씨가 또다시 그리울거다
내가 캘리포니아로 가고 싶은 이유는 명확하다. 노후를 이곳에서 보내는 것이 내 목표다.
실리콘벨리 따위..




이번 여행 출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모두 적으라고 하면 아마 엄청난 분량이 될 것이다.
글 재주도 좋지 않아서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풀어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하게 배운 것은 있고 작년에 실리콘벨리에 여행을 와서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깨달음을 얻고 간다는 사실이다.

환경의 변화가 주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여행이 아닌 미국의 도시에서 거주를 하며 출퇴근을 하며 보낸다는 것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그렇다고 또 마냥 즐겁기만 한 별천지 세상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1년 내내 보지도 못했던 홈리스를 여기에서는 매일 본다. 인구 80만의 소도시에 홈리스의 숫자는 6천명이 넘는다.

아름다운 심포니와 극장, 낭만적인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한 관광지 이지만 살인적인 물가는 젊은 사람들을 도시를 떠나게 만들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이 도시에는 젊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저녁 9시만 되어도 조용하고 차분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우울한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개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Lab(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을..
마트나 카페, 심지어 기차 에서도 주인과 함께 들어오는 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숍의 개. 개방도 매고 있다.

칼트레인의 개 피곤하다

사람보다 개가 많다. 


여긴 dog Park 인데 말그대로 개박 아.. 아니 개판이다.


부유한 상류층은 크고 작은 개들을 많게는 4~5마리씩 과시(?)하며 몰고 다닌다. 한쪽에서는 집을 잃고 굶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하루에 200달러 정도를 개한테 지불한다.

길을 걸으며 블럭을 하나하나 걸을 때 마다 눈에 띄게 바뀌는 빈부 격차는 미국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마켓 스트리트를 기준으로 남쪽으로 뻗은 스트리트는 번호 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 Bay 쪽의 피어를 시작으로 1st~4th 스트리트 까지는 다운다운 지역으로 도로도 깨끗하고 상류층이 살고 있는 곳이다.
5~6th을 지나 7번가를 넘어서게 되면 홈리스의 숫자와 도로 위의 똥(개똥이 아니다)의 숫자도 같이 늘어난다.

길거리에 버려진 버스나 텐트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대마초를 빨기도 하고 섹스도 한다.
그들도 인간이고 인간이 가진 욕구는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아간다.

홈리스는 이미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도시 곳곳에 홈리스 센터가 있다. 밤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음식과 의약품, 콘돔을 나눠준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2008년 서브 프라임 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무고한(?) 사람들이 집값의 폭락과 함께 은행 빚을 갚지 못해 거리로 쫓겨 났을것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 하면서 거리에 누워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갑자기 대성 통곡을 하던 아저씨를 잊을 수가 없다.







화려한 마켓 스트리트 낭만적인 불빛과는 달리 밤에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1/3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high 되어 있다(약을 빨고 업되어 있다)
새벽에 이곳을 걸어간 적이 있는데 회사사람으로부터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다운 타운

다운타운 근처에 위치한 고급 거주지



7번가 근처의 빨래방. 대부분 서민층 사람들 그리고 홈리스들(응?)이 이곳에 와서 빨래를 한다. 간혹 빨래를 도둑맞기 때문에 항상 앞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고가 아래는 항상 어둡고 암울하고 홈리스 타운이다.
고가 근처의 공터는 항상 저렇게 철조망을 쳐놓고 있는데 아마도 홈리스들이 하도 사고를 쳐서 원천 봉쇄를 해둔듯 하다. 사진은 7번가를 가로지르는 고가 아래 거리


개간지 크..

7번가 근처. 이런 곳은 다운타운과 달리 밤에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어둡다.



길거리에서 사랑을 나누는 성 소수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서울의 이태원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 도시는 정말 별천지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여전히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아직 많이 있다.

Women's building. 이 도시에서는 역사적으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미국에서의 인종 차별에 대한 역사와 갈등의 골은 정말 깊다. 크고 작은 시위는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며 아마도 트럼프 때문에 이 동네의 시위대는 평소보다 많이 바쁜듯 하다.
트럼프가 아니어도 경찰과 흑인 간의 갈등은 미국에서는 아주 예민한 문제이다.



회사 옆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는 protesters. 사람이 거리에 눕고 죽는 퍼포먼스를 하는걸 봐서 저 그림의 흑인이 경찰의 총에 억울하게 당한듯 하다







200년 역사의 짧은 이 나라는 상대적으로 먹방 문화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고 난이도의 발효 음식 같은 것은 유럽이나 동양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스테이크, 치킨 등의 고기 요리나 Fried(감자 튀김) 등을 튀겨 먹는 것을 즐긴다. 케첩은 필수
특히 많은 것은 햄버거 종류가 많고, 브런치 요리를 시키면 그냥 계란 후라이에 빵 몇쪽, Fried 나 베이컨을 구워 얹어 주는게 전부다. 우리 기준에서 보면 간식 같은 음식들이 이 사람들에게는 주식이다.


그래도 켈리포니아는 다양한 나라의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부리또, 타코 같은 멕시칸 음식과 타이 음식들이 인기가 많고 스시도 인기있는 요리중 하나이다.

한국 음식은 거리에서 거의 보기가 힘든데, 한번은 코리안 퓨전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15분을 걸어서 가봤는데 불고기 부리또 라는 것을 팔고 있었다. 정체 불명의 고기 조각과 미국김치를 넣은 부리또 인데 이런 음식은 쳐다도 보지 말 것을 권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주로 아침과 점심은 미국식, 퇴근 후나 주말에는 집에서 한식을 해 먹는다.

음식 때문에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도 은근히 많다.










이게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서 살아보고 느끼는 바를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다.
나름 현실적이고 재밌는 기록이 될 듯 하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사는 곳은 다 본질적인 번뇌는 존재한다는 깨달음... (뭔 개 소리야)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Life is a tragedy from a close, and comedy from a distance.

찰리 채플린






파블로 씨는 6번가에서 US 280 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다시 101으로 진입해서 공항을 향해 운전을 하였다.

이제 제법 익숙하진 정든 도시를 떠나는 것이 정말 서운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해 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







수속을 밟고 미국에서의 마지막 식사(역시 햄버거지)를 하고 사지도 않을 면세점을 기웃기웃 거리며 시간을 때우다가 아시아나 OZ211 항공편에 몸을 싣는다. 드디어 집에 가는구나

장시간 비행기는 이제는 뭐 가끔 할만 하다.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영화도 4편을 내리 보면서 그렇게 9시간을 사육 당하면 된다.




그리운 조국으로...
한편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엄청난 사건들이 있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국민의 손으로 무능한 대통령을 끌어 내렸고 전세계 유례 없는 평화 시위의 사례를 만들어 냈다.
미국에 있어서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한국에서의 소식들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사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