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5일 일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9. Living in SF

처음 이곳에 왔을때 샌 마테오에서 지내기 시작한 이후로 3주가 흘렀다.

같이 왔던 팀원들 일부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이제 나와 또 다른 엔지니어 한명만 남은 40일의 빡센 여정이 남아 있었다.

비싸고 큰 집에 살 필요가 없어진 이상 우리는 회사 근처에 걸어다닐 수 있는 곳으로 방을 알아보기로 하였고 1월의 마지막 날에 이사를 하였다.




우린 비싸고 쓸데없이 큰 정든 산마테오의 햇빛이 잘 들던 집을 떠났다.
햇빛 잘들고 깔끔하고 아주 좋은 동네다.. 그리울 것이다.









그리고 비싸고 작은 샌프란시스코의 눅눅한 반지하 방으로 거처를 옮겼...
이게 40일에 $4700 하하... 에어비엔비이긴 해도 좀 심하다.



우리 숙소는 회사와 마켓 스트리트 정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7번가 근처에 있다.

장점이라면 회사를 걸어갈 수 있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다는 점?
그리고 Sightglass 라고 하는 샌프란 시내에서 최고의 커피점이 집 근처에 있다는 점!

여기서 카푸치노를 꼭 한번은 먹어야 한다.


저 거대한 기둥은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콩을 로스팅 하는 기계의 굴뚝이다!!

Sightglass 의 간지 넘치는 바리스타들





이 지역의 물가와 집세가 뉴욕보다 비싸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젊은 엔지니어들이 몰리고 부대끼며 살려고 하는 이유는
과거 할리우드에서 눅눅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합숙하며 배우의 꿈을 꾸던 사람들의 그것과 같다.
나야 뭐 그냥 회사 출장으로 와서 잠시 짧게나마 경험을 하는 것이긴 해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고생하며 사는건 아니긴 하다만..



샌프란시스코에 테크 회사들은 유니온스퀘어 아래 마켓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남쪽으로부터 칼트레인역 근처에 있는 AT&T 파크 까지의 지역에 몰려 있다.


AT&T 파크와 칼트레인 역 근처의 King Street
하늘에 전깃줄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저기 보이는 열차의 동력원이다.

Philz Coffee는 항상 옳다

칼트레인역 근처에서 점심 먹고 회사로 돌아가는 중..ㅋㅋ
거리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처음 이곳에 왔을때 칼트레인역에서부터 회사까지 걸어가는 내내 (비가 와서 그런탓도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 사뭇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기차에서 내려 출근하는 샌프란시스코 일개미들의 힘없는 뒷모습
(근데 저 핀터레스트 가방은 부럽다)




나중에 회사 동료 앤드류가 말해준 사실인데 꽤나 최근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스타트업 열기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칼트레인과 바트를 통해 출퇴근하는 젊은 엔지니어들이 바글거렸으며 도로에는 생기가 넘쳤다고 한다.
그런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가 버렸다.
일단 스타트업 붐이 어느정도 사그라 든 것이 한몫 했으리라.
하지만 진짜 이유는 트렌드가 East Bay의 Berkeley 지역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이미 Uber가 글로벌 헤드쿼터를 버클리 옆의 오클랜드로 오피스를 옮기기로 했다고 했고, 상당수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East Bay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한다.


과거 1세대 실리콘벨리 스타트업(말 그대로 실리콘으로 반도체를 만들던 형님격 회사들)들이 South Bay 지역(Palo Alto에서 San Jose에 이르는)에서 붐을 일으켰었고,

그 뒤를 이어 최근까지 트위터, 에어비엔비, 핀터레스트, 우버 그리고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이곳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스트리트 남쪽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붐이 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으니 기술 발전 속도와 함께 모든것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붐이 지나간 자리는 항상 집값이 오른다... (더불어 범죄율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한다. 대표적인 우범지역인 오클랜드도 이제 좋은 동네가 되려나?)






어쨌든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한번쯤 살아보는 것은 꽤나 괜찮은 경험인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는 참 신기한 것이 동네마다 분위기나 빈부 격차가 천차만별인 곳이다.
이 도시를 형용할 수 있는 단어는 스타트업 보다는 다양성이 아닐까 한다.

Bay 안쪽으로 피어들이 모여있는 곳과 금문교 등의 관광지로 유명하고 항상 관광객들이 붐비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에 각각 나라별 타운들이 있고 성 소수자(LGBT 라고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의 약자이다) 들이 모여사는 Gay city 도 있고 엄청나게 부자들이 사는 동네가 있는 반면 홈리스들이 모여 사는 골목까지...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블럭을 지날 때 마다 변화하는 풍경들이 나름 재밌다.






복잡한 시내의 거리들
좁은 도로 때문에 일방통행인 곳이 많고 MUNI(열차) lane이 도로와 함께 같이 있다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MUNI
샌프란시스코 언덕을 넘어 북쪽의 금문교 근처의 바닷가 쪽으로 갈 수 있다


유명한 유니온 스퀘어 광장







토요일인 오늘은 늦잠을 자고 재팬타운을 구경하기 위해 느지막히 시내로 나섰다.
룸메이트는 Mission District 쪽 방면에 헤어 커트를 하러 간다고 남쪽으로 향했고 나는 마켓 스트리트를 지나 북쪽으로 재팬 타운을 구경하기 위해 도시를 걸었다.



마켓 스트리트 위를 가로지르는 전동 버스 라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지났는데, 공연 직전인지 사람들이 붐빈다.





저 멀리 보이는 시청 건물을 지나


이렇게 한적한 동네의 공원을 지나





재팬 타운에 도착

재팬 타운에 있는 거대한 탑.
이 동네는 깔끔한 것 좋아하는 일본인 답게 깔끔하다.
(일본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여기서 먹은 돈코츠 라면의 고기의 두께가 상당하다..
가격은 14불 정도로 비싼데 고기 가격이라고 생각하자.




재팬 타운 구석에 위치한 조그마한 코리아 타운(?)
간판에서 볼 수 있듯이 무언가 역사가 있는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재팬 타운 구경을 짧게 마치고 동료를 다시 만나기 위해 남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 동네에서 유명한(회사사람들이 모두 추천한) Tartine Bakery를 방문해서 만나기로 하였다.






이렇게 조금만 동네를 벗어나면 또 분위기가 달라진다.
재팬 타운 남쪽에 위치한 Hayes Valley는 유럽풍의 느낌이 나는 동네이다.








다시 마켓 스트리트를 가로 지른다.
저 멀리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어느새 도착한 Tartine Bakery.
그 명성에 맞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20여분을 기다려서 맛본 타르트는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다.
여태껏 먹어본 타르트는 전부 가짜였던 것...






샌프란시스코는 여성과 성소수자들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도시인 듯 하다.
Women's Building 이라는 곳인데 무엇일지 참 궁금하다.
군데군데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무지개빛 깃발이 집집에 꽂혀 있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동네의 단점이라면 밤이 조금 춥고 무섭고
길거리에는 개똥과 사람똥이 많아서 항상 바닥을 확인하며 걸어야 하는 거리 들이 있다는 점.
홈리스들이 텐트를 치고 사는곳은 냄새가 좀 심하다..
또 소울 넘치는 흑인들이 가끔 시비를 건다는 점?



이렇게 홈리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에서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를 보면 100% 이상적인 곳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는 굉장히 매력적인 도시인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은 출퇴근을 하면서 보는 풍경이겠지만 앞으로 한달동안 도시 구석구석을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는 누님이 나보고 출장을 간거니 여행을 간거니 라며 부러워 했는데,
일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것도 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