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5일 수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8. Crowdfunding and Startup Fraud

미국에 출장 온 지 일주일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또 한번의 일주일이 지나갔는데 어언 두번째 주말을 맞이 하였다.

나른한 지난 토요일 아침, 샌 마테이오 숙소에서 나는 팀원들과 아침을 간단히 먹고 우버를 호출했다.

우기가 한창이 베이 지역에서 나름 선방한(?) 날씨에, 오늘의 목적지는 Easy Bay에 위치한 Pleasanton!!

CTO 이신 케빈님과 함께 리버무어에 있는 새로 생긴 아울렛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CEO 인 범준님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기 때문에 꽤나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서울에서 멀리까지 와서 고생 한다고 우리 팀의 사기 증진(?)을 위해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참 감사하다.

우버를 타고 산 마테오 브릿지를 지나 바다 위를 가로질러 Easy bay를 향할 때 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우리가 플레젠턴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역이 3개나 있는줄 몰랐고 엉뚱한 기차역에 내려서, 픽업 나온 케빈님을 45분이나 헤메게 만들기 전까진...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내렸어야 했던 바트 역에서 남쪽으로 2마일이나 떨어진, 산호세로 향하는 ACE라인 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케빈님을 만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10분 내내 케빈님한테 단단히 혼나고 말았다.

"내가 거기서 전화를 몇번이나 했는데!! 혹시나 해서 전 정류소까지 갔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어? 무슨 경춘선 같은 기차역으로 간거야? 거긴 심지어 우리집 근처라고!! 아주 혼나야해 스티브. 자봐, 저기 저게 바트역이야 하얗게 높은 건물 보이지? 저게 주차장이라고."


도로 너머 드넓은 평야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플레젠턴의 집들
아침부터 날씨가 맑았다 흐렸다 비가 왔다 정신이 없다.




플레젠턴은 참 살기 좋은 동네 같다. 동네 전체가 거의 주택가이고 군데군데 넓은 평야와 저 멀리 보이는 능선.. 꽤나 평화로운 곳이다. 베이 지역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약간 단점일 뿐.
케빈님이 출근을 할 때는 집에서 바트역까지 차를 타고 가서 또 샌프란시스코의 Civic center 역까지가고 오피스까지 20분을 더 걸어가야 하는데, 1시간 반~2시간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게 미국의 출퇴근 스케일.. 한국에서 출퇴근 시간 길다고 하는 핑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더블린 대로 옆에 있는 상가. 주말인데도 굉장히 한적하다.
원래 이 동네는 백인들이 더 많이 산다고 하는데 중국인들이 요즘 많이 이주해 온다고 한다



이게 그 유명한 홍콩 빵집. 더블린에 위치한 기와 베이커리이다.
빵은 대만, 홍콩 출신들이 잘 굽는거 같다(우리 입맛에 맞게)



점심 식사 후에 이스트 베이 최대 규모의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러 간단히 쇼핑을 했다. 오늘 날씨가 안좋아서 그렇지, 평소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아예 관광 코스로 지정되어 있어서 셔틀 버스가 도착하면 명동에 도착한 관광객들 처럼 엄청난 소비를 한다고 한다.

플레전턴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프리미엄 아울렛




정말 위험한 곳이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가격도 싸지만 대부분의 미국 아울렛은 하나를 더 사면 50%를 해주는 정책들이 있어서 엄청난 소비를 부추긴다..






어쩔수 없이 예정에 없던 신발과 신발과 옷과.. 옷을 사고 말았다... 하..
($250 달러로 신발2 옷2 면 선방 한거 라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어보자. 후후)



쇼핑을 마치고 우리 산마테오 캠프 멤버들은 케빈님과 함께 범준님 집으로 향했다.

스타트업의 묘미는 직급이나 포지션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해도 아주 가족같은 규모의 팀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경험인듯 하다. (적어도 나는 executive 멤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CEO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들 이야기, 애완견의 습관 등의 이야기 등의 사적인 이야기들 부터 시작해서, 어웨어 팀이 한국에서 어떻게 프로토 타입을 만들게 되었고 회사가 초창기에 어떻게 인재들을 영입했는지 등의 이야기, 최초의 투자를 받은 이야기, 어떻게 힘든 일들을 헤쳐나갔는지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다.

(이건 그분들의 스토리 이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적을 권리는 없다. 훗날 누군가가 회고록을 적어주시길 바란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shipping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어느 스타트업이 어떤 투자를 유치했고 어떤 제품을 쉬핑했고, 어떤 제품이 쉬핑을 실패 했는지 등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재미있는 뒷 이야기들이 많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일단 돈을 받았으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유형의 물건을 전달을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생산품을 '적시에' shipping 못한다는 것은 바로 bankrupt를 의미한다.
(We are not Apple)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유형의 디바이스 서비스(나는 단순 제품이 아닌 디바이스 서비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하드웨어는 우리의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한 매개체이지 그 자체가 판매 목적은 아니며 우리가 판매한 제품을 끊임없이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를 전달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와 비용, 인내가 필요한지 모른다.
(실제로 하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오픈하기 까지 수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 서비스 스타트업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규모나 퀄리티의 문제는 별개이겠지만)


작년 12월까지...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기까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서버 검증, 모바일 앱 배포, 전체 양산 프로세스와 품질 관리, 포장, 마케팅 그리고 shipping까지도 모든 과정들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까지 어웨어팀 모두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우린 성공적으로 크리스마스 런칭에 성공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많은 (하드웨어)스타트업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주목을 받고 엄청난 규모의 크라우드 펀딩을 유치하기도 하였지만 범준님의 말로는 그 기간동안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허황된 이야기로 돈을 끌어 모으고 망했을 거라고 한다. (사실상 사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올해 초반 부터 실리콘벨리에서 꽤나 주목 받던 스타트업 하나가 shipping 실패를 선언하고 파산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초의 selfie drone 아이디어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Lily 이야기다.




나도 한때 드론을 연구 했었고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혹해서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뻔했던, 그 회사다. (나는 그 당시 2년이나 내 돈을 묻어둘만한 가치는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 사이 드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 예측했었다)

사실 제작년에 오픈한 티저 영상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밖에 없긴 하다 ㅋㅋ 하지만 릴리는 쉬핑을 실패했고 파산에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사기 였다고 하는 설이 지배적이다.


사람들은 분노하고 sue를 하기 시작했으며, Lily의 fraud 혐의에 대해 조사가 들어갔다. 발표 결과 릴리의 CEO와 팀원들이 주고 받은 메일에 따르면 티저 영상을 촬영할 때 사용한 것이 DJI 드론(중국의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과 고프로 카메라 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릴리는 프로토 타입도 없이 사기 영상 만으로 투자금을 끌어 모았던 것이다.

이렇게 부실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고나면 성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인재들을 채용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layoff 를 감행하고 결국 파산에 이른다.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한 고객들의 비용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물론 그게 크라우드 펀딩의 방식이긴 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사기 영상에 분노하였고, Lily는 결국 돈을 돌려주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것도 6개월 뒤에.


케빈님 말에 의하면 우리 회사 '바로 옆'에 있는 Lily Rototics 오피스를 지나갈 때 한번도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존하는 제품이 없었다는 증거다.

출근 길에 찍은 굳게 닫힌 Lily Robotics의 문.
(안에 불은 켜져 있는데 뭘 하고 있을까..)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힘든건 사실이지만, 이런 근자감으로 헛돈을 끌어 모으는 스타트업은 여전히 존재하며, 실리콘벨리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여러 사람들을 다치게 만든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돈을 잃었고, employee 들은 경력에 매우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논하고 장미빛 미래를 제시한다. 그 중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계획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팀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제품 생산과 유통 마진 등에 대한 이해도도 없는 무지한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의 숫자놀이에 집착하며, 결국은 쉬핑에 실패하고 무너지고 만다.

상식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를 받고 투자한 사람들에게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제품을 싸게 제공을 하겠다고 하면 회사는 뭘 먹고 사나?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물량 공급을 약속하는 회사는 믿지 말아야 한다.
또한 목표 양산 물량에 비해 너무 지나치게 높은 비율의 물량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공하겠다는 회사는 믿지 말아야 한다. (농담이 아니고 아무리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하더라도 쳐다도 보지 말아라)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 개발과 양산 계획이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을때 바이럴 마케팅과 제품 확산의 목적으로 사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릴리 외에도 최근에 스마트 줄자 제품을 쉬핑한 회사의 제품 퀄리티가 너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을 분노에 차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줄자의 오차 범위가 mm 단위면 이해를 하겠지만 수십 cm 의 오차를 두고 우리는 오차범위라고 하지 않는다.
이건 쉬핑을 하고 나서 제품 퀄리티 관리를 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이다. 고객이 납득하지 못할 퀄리티의 제품을 양산하는 것도 사실상 파산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도 팀 어웨어 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이제 2개의 제품을 런칭했을 뿐이고 여전히 Series-A 단계를 갓 지난 신생 기업일 뿐이다. 다음 제품 런칭을 성공적으로 출시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나의 두달간의 본사 출장이 무지 빡셀것이라는건 피할수 없는 사실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