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4일 화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7. Commuting to SF

숙소인 샌 마테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기 좋은 방법은 자동차다.

아니, 미국은 어딜 가든 차가 제일 좋은 이동수단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특정 비자 없이 방문해서 차를 구매하기는 쉽지 않아서 렌트를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첫날은 그냥 칼트레인을 타고 기차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차를 만납하는 곳이 숙소에서 Burlingame 방향에 있기 때문에 첫 출근은 Burlingame 역에서 CalTrain을 기다렸다.
편도 비용이 5달러가 넘는데, 환율때문에 7천원이 훌쩍 넘는다...

보통 monthly, 나 8 ride 티켓을 구매한다고 한다.


겨울의 캘리포니아주는 우기이다. 1년 내내 비한방울 안오다가 이때 집중적으로 쏟아지는게 참 신기한 날씨인데, 아무튼 여길 올때 마다 비오는 시즌에 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먹구름이 잔뜩 낀 Burlingame Stn
저 멀리 경적을 울리며 요란하게 오는 기차는 세계 최첨단의 테크 도시를 가로지르는 기차 답게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응?) 
게다가 사고 방지 시스템 이라고는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한 경적 뿐이다....




이렇게 이층 구조 이다. 우리 말고도 고된 몸을 기차에 맡기고 출근을 하는 미국 일개미 employee들과 학생들이 많다







저 머리 보이는 산에 SOUTH SANFRANCISCO라고 적혀 있다.
미국 애들은 산에다 뭘 써놓는걸 좋아한다. HOLLYWOOD도 그렇고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킹 스트리트 옆의 샌프란시스코역..(응?)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역의 모습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을듯 하다







샌프란 역에서 회사로 가는 길에 핀터레스트 HQ가 보인다.
이 동네의 회사 오피스들의 특징은 어디에 무슨 회사가 있는지 밖에서 잘 안보인다




짜잔, 드디어 도착한 본사... 칼트레인역과 같은 아우리를 뿜어낸다...
1층은 Center on Juvenile and Criminal Justice 라는 비영리 단체의 오피스이고
우리는 2층을 세를 내어 살고 있다.
나름 샌프란 시내 한가운데에 주차장도 있는 꽤나 최고급 보금자리이다.
주말에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시내를 돌아보면 좋을듯 하다!!



문을 열지 못해서 밖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나와 같은 포지션인 임베디드 엔지니어, 앤드류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뒤에 문이 열리고 초록색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까만 부츠를 입은 퉁명스런 표정의 옆집 사는 백인 형같은 사람이 나와서 말없이 손짓을 한다.

내가 가장 많이 같이 일하고 가장 많이 이야기를 하고 싸움도 많이 하는 앤드류. 항상 시니컬 하며 말이 많지만 저래 뵈도 마음 따뜻한 츤데레다.

아마 회사에서 가장 똑똑하고 가장 독특한 케릭터중 하나일 것이다. 버클리에서 로봇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난 그래도 다행히 중간에 박사를 그만둬서 앤드류 보다는 조금은 더 정상 일 것이다.



오피스에 들어서니 US팀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케빈님과 범준님은 한국에서도 몇번 봤고, 백산님도 오랜만에 봐서 매우 반가웠다. (한국에서 편한 공무원을 때려치고 스탠포드 MBA로 유학을 가셔서 실리콘 벨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굉장한 분이다. 본인의 도전기를 블로그로 작성하는 것으로도 매우 유명하시다. 내 주위에 MBA 준비한다는 사람들은 다 본다고..... 그게 비해 내 일기장은 ..)

저 멀리 닉이 엄청난 아우라를 풍기며 인사를 한다. 자메이카 출신의 닉은 마케팅 헤드인데 180이 넘는 키에 과묵하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애아빠다. 예전에 Vessyl 이라는 스타트업의 스마트 컵 제품 마케팅을 담당했다고 한다. 정작 제품은 실패 해서 사라졌지만 마케팅은 성공한 일화로 유명하다.

마케팅 팀 쉬비나(인도계 미국인으로 웃음이 많은 아가씨이다)와 OPS팀 케빈 L(재미없는 구글을 때려치고 어웨어 팀에 합류한 중국계 청년!) 등 Slack에서만 이야기 하던 미국 오피스 동료들을 처음 만나니 참 반갑다.

그리고 다시 말없이 다들 일을 시작 한다. 음.. 엄청난 집중력이다.


나중에 느끼게 된 건데 미국과 한국 오피스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다같이 으샤으샤 하며 다같이 밥먹고 떠드는 한국형 오피스 분위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데
미국 팀은 팀런치나 이벤트 같이 필요할 때만 모여서 단합을 하고 다른 시간에는 각자 자기의 일에 조금 더 몰두하는 편인듯 하다. 집에도 각자 알아서 가고.


자리를 청소하고 세팅을 하고 가져온 장비를 주섬주섬 설치하고 원래 예정되어 있던 미팅을 하고.. 뭐 사실 위치만 미국이지 한국에서 하는 일과 다를게 없다. 시차 적응이 안되어서 머릿속이 엉망인 것 빼고는...


그렇게 미국에서의 첫 출근은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