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0일 월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10. Donald Trump

매주 금요일은 회사의 주간 이벤트인 팀 런치 시간을 갖는다. 팀 런치 타임은 공짜 점심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팀웍을 다시기 위한 의미 있는 시간이다.  (미국 오피스는 한국 오피스와 문화가 사뭇 다른 것이 점심 시간인데, 각자 선호하는 음식도 다르고 개인적인 생활 패턴도 다르고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시하는 문화인 듯 하다. 그래서 알아서 각자 해결한다)
물론 한국 오피스도 매주 화요일 팀 런치 시간을 즐기며 다같이 대화를 한다.

지난 1월 20일 금요일, 어김 없이 음식이 배달되었고 우리는 즐거운 점심 식사를 하였다

요즘에는 중국 음식에 꽂혀서 이렇게 매주 시켜 먹는다.
미드에서 친구들끼리 타이음식 시키면 보내주는 마름모꼴 컵밥을 자주 봤는데
실제로 그런걸 쓴다.






그리고 즐거운 TV 시청... 응?



Inaugural Parade Moment of Donald Trump
미 합중국 45대 대통령의 취임식. 이 역사적인 현장을 생방송으로 지켜보다니!
나는 행운아다
아래 자막엔 미국 밖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해 재고를 한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날  취임식날에 맞춰 샌프란시스코의 protester 들이 열차를 가로 막는 바람에 칼트레인이 샌프란시스코 역까지 오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그래서 Milbrae 역에서 Bart로 갈아타고 Civic center 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15분을 걸어 회사로 와야 했다.

Civic center 근처의 시위자들.
Not my president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Liberal(민주당) 은 대부분 다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민족이 살고 있는 도시중 하나이다.



미국에 와있으면서 왠만 해선 이 분 이야기를 안하고는 못배길 듯 하다.
(이번 블로그 글은 매우 길고 지루할 것이라 미리 이야기 해둔다)


취임 한달도 되지 않아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오시는 이분은 테크 산업에서도 항상 핫이슈이다.

사실 국내에서, 그리고 많은 토종 미국인 외의 사람들에게 미스터 트럼프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도 그럴듯이 성차별, 장애인 비하 등의 막발은 둘째치고 그의 슬로건은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며 (표면적으로는) 철저하게 폐쇄적인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다양성의 나라 미국에서 다양성을 철저하게 배척하려고 한다.


오바마 정부때 시행 하였던 많은 정책들을 돌려놓으려고 하고 있으며 취임 첫날 굵직굵직한 executive order 에 싸인을 하셨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군 인력을 제외한 연방 공무원 채용 동결
이민자들의 해외송금 제한

등의 내용이다.

철저하게 America First 를 위한 정책들이고 국수주의적인 보호 무역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나는 미국인도 아닐 뿐더러 트럼프의 인격적인 면과 정책적인 면 모두 동의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철저하게 자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믿는) 일들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옳다고 믿어서)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선이 된 것이다.


사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고는 하더라도 70% 이상이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지어 유럽계 백인들도 예전에는 이민자라고 싫어했던것 같다) 인종 차별이 여전히 사회 문제인 나라이다.




(자기들도 불법 이민왔으면서... Native American 이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금발의 파란눈 미국인을 뜻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걔들은 Native Speakers 지..)



이민자의 나라라고 미국을 단순하게 서술하는것은, 그것이 객관적인 사실일지라도 우리의 입맛에 맞게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다.


내가 관심있게 바라보는 미국은 고작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벨리 정도이고 이곳은 전세계의 브레인이 모여들어 혁신을 주도 하고, 백만장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이고 엔지니어 에게는 기회의 땅 어메리칸 드림이 펼쳐질것 같은 바다 건너 신세경인 것이다. (뭐 사실 이런 환상은 애초에 깨진지 오래고 현실을 바라보고 있긴 하다만)

하지만 이것 역시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행보가 앞으로 미국과 전세계의 테크 산업, 우리 회사, 우리 나라 그리고 나한테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트럼프가 최근에 이슬람 7개국 나라에 대한 입국 금지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사회적 이슈와 반발이 엄청났다.

표면적으로는 테러의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근거도 부족하고 결국은 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행정 명령이 취소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돌아가야 했으며 분노한 시민들은 공항 근처에서 시위를 하였다.

Immigration ban이 시행된 당시 수많은 택시 조합들이 공항에서 파업 및 시위를 하였다. (미국의 택시 드라이버는 대부분 이민자들이다)
이 때 Uber는 여전히 공항 근처에서 Uber 이용 가격을 낮추는 정책을 반영해서 파업에 찬물을 끼얹냐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deleteuber 해시 태그가 한바탕 몰아쳤고 우버 CEO Travis Kalanick 은 해명 글을 내놨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약 200,000명의 유저가 우버를 떠났고 결국 얼마뒤 부담을 느낀 Travis 는 트럼프 정부의 자문단을 떠나고 말았다.
https://techcrunch.com/2017/02/02/uber-ceo-travis-kalanick-quits-donald-trumps-business-advisory-council/


사실 이 사건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고 여전이 뜨거운 논쟁이 붙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이 #deleteuber 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시 우버를 이용할 사람들은 설치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우버의 CEO가 트럼프 자문단에 있었고 파업을 할 당시에 Uber 가 영업을 했다는 것이 그가 트럼프의 행정 명령에 동의를 하는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사람이다 라고 비난하는 것이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결국 회사의 이익에 안좋은 영향 만을 끼치기 때문에 트럼프와 선을 그은것인 듯 하다만..)


Tesla, Space X 등의 창업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도 트럼프의 경제 자문 위원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이러한 비난에 대해 트럼프의 자문역할은 자문(advisory) 역일 뿐이다. 나는 트럼프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내가 옳다는 조언을 할 생각이다.. 라고 공언한 바 있다.



http://www.theverge.com/2017/2/2/14493726/elon-musk-trump-advisory-council-not-quit


나는 이 부분에서 일론 머스크가 최소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최소한 트럼프 정부에 잘보이기 위해 남아 있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트럼프의 이같은 비상식적인 행정 명령에 반발한 수많은 테크 회사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이민자들과 자회사의 직원들을 지원하고 보호하겠다고 선언 하였다.


애플 구글 MS, 페이스북 같은 대형 테크 회사들이 트럼프의 immigration ban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뭉치기 시작하였다.

애플은 입국이 금지된 수백명의 자회사 직원들에게 돌아오라고 하며 지원을 시작했고
구글은 이민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4백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였다.
Microsoft과 아마존은 immigrant ban 정책에 맞서 소송을 하기 시작했고
Airbnb는 입국 금지된 사람들을 위해 무료 housing 을 지원,
Viper 는 입국 금지된 나라들로의 통화를 무료로 지원 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이 갖는 선순환 구조에 굉장한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 미국이 가진 힘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정말로 Make America Great Again 일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때 뿐만이 아니라 오바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민자들의 힘으로 세계 최대 기술 강국이 되었고 이 때문에 테크 회사들의 이해 관계와 자본주의 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을 할수도 있다.

원인을 따지자면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붕괴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해외 고급 인력을 빨아들이는 H1B 비자 시스템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내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왜 자국민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느냐고 다그치는건 말이 안된다.

정작 그런 주장을 하는 공화당 진영의 지지자들(월가)은 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를 야기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있던 일자리마저 잃게 만들고 거리로 내몰았다.



사실 실리콘 벨리 테크 회사들 역시 여전히 자본주의의 이면에는 inequality(소득 불균형) 문제에 한몫 하고 있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값싼 인력을 활용한다.
(이것은 트럼프의 주된 공격 목표 주제이고 많은 회사들이 자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 산업을 주도하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발전시키며 미래에 투자하는 진영과, 자본주의 시스템을 활용해 돈놀이를 하다 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를 야기한 월가의 회사들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친 공화당 성향의 회사들, 주로 월가를 비롯한 금융, 부동산, 오일 컴퍼니들은 이미 트럼프를 이용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자본 놀이의 판을 짜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반 이민 정책으로 전 국토가 떠들썩 한 사이에 월가의 발목을 잡던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는데 조용히 서명했다.


기사 인용: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 대형은행 자본확충 의무화, 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금융지주회사 감독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2/04/0200000000AKR20170204007100071.HTML




좋으나 싫으나 미스터 트럼프는 향후 4년동안 미국의 대통령이다.

아이러니하게 오바마 때 보다 더욱 더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P.S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정부에 맞춰 움직이고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들에 자본을 집중한다. 심지어는 엄연한 법인 회사를 총수 일가 아래 지배 하기 위해 정부 권력에 로비를 하기도 한다.

피같은 국민연금은 대한민국의 최대 기술 기업의 오너가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그는 지금 구속 수감되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우리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부 권력을 움직여 사사로이 사용했다는 것은 엄청난 죄다)

미국으로 치자면 애플의 팀쿡이 트럼프와 짜고 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조직의 리더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주도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동안 무엇인가 혁신을 주도 했다고 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집중된 자본과 조직의 수많은 피고용인들을 쥐어짜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테크 회사들에게는 진정한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경 유착이 대한민국을 수식하는 단어다.


출처 : http://news.jtbc.joins.com/html/202/NB114262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