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8일 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8 Palo Alto, Google

아침을 먹고 나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날아오고 계신 J님을 픽업하러 가기 위해서 였다. J님은 몇년 전부터 같이 한국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계 모임을 통해 알게된 개발자로 나처럼 미국 취업을 위해 설날 연휴를 맞아 휴가를 내고 미국에 오시는 중이다.

차마 책임감(?) 때문에 나처럼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고 (사실 내가 그나마 젊어서(?) 이런 깡도 부리는거다) 힘들게 힘들게 취업 준비를 하시는 분들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LA를 가기 위한 비행기를 기다리던 환승항 이었는데 그땐 잠깐 터미널 밖으로 나와서 바람만 쐬었었다. 차를 몰고 터미날에 진입해서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 샌프란시스코의 공기를 마시던 그 자리를 지나가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입국 수속은 역시 오래걸린다...
10시 반에 내렸다고 연락이 왔는데 11시 반이 다 되어서야 J님을 만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생각보다 작다. 그래서 그 작은 터미널을 한 열바퀴 차로 빙글빙글 돈거 같다..


오랜만에 만난 J님을 태우고 우리는 Palo Alto로 향했다.


 Palo Alto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 기업은 당연 구글이다.

사실 일정에 없던 방문이다. 며칠전에 우연히 지인분의 소개로 구글에 계신 L님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이다. 

이쯤 되면 한번도 뵙지 못한 분을 만나러 가는데는 이젠 도가 튼 것 같다.

L님한테 처음 연락한 것이 어제였는데 고맙게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날 놀러오라고 하셨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공항에서 J님을 픽업하고 점심때가 됐으니 구글에 같이 들르기로 하였다.


알려주신 주소는 뭐 가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그곳이다.

Google HQ


구글의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의 버전이 바뀔 때마다 저기 있는 안드로이드 인형이 바뀐다. 최근 코드 네임이 마쉬멜로우라서 앙증맞은 마쉬멜로우를 들고 있는 귀여운 안드로이드를 만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오면 다들 한번씩 들러서 사진을 찍는다는 안드로이드 포토존을 안가면 섭섭하지.



구글 캠퍼스

회사 사옥을 왜 캠퍼스라고 부르는지 몰랐는데 막상 와보니 회사라기 보다는 정말 왠만한 대학교보다 잘 꾸며 놓았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냥 학교 다니는 학생처럼 하고 다닌다.

자유로움이 가장 잘 묻어나는 회사이고 그만큼 스스로 알아서 척척척 직원들이 가장 많은 회사. (누군들 그렇게 높은 연봉을 주면 열심히 안하겠냐만..)


알록달록한 의자에 앉아 구글러(Googler)인 척 하면서 쉬고 있을 때 L 님이 우리를 단번에 알아보고 오셨다. 백팩에 카메라만 들고 있었는데 외부인 티가 나는가 보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구글밥을 먹으러 왔기 때문에 일단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지난번 에어비엔비를 갔을 때도 놀랐지만 역시 스케일이 다른 세계 최고의 IT회사 답게 음식의 종류와 퀄리티에 놀랐다.


식권 구글 방문증. 이게 없으면 밥을 못먹는다.


카페테리아 내부.
13000원짜리 애슐리 런치보다 100배는 낫다

구글밥

언제 또 올지 몰라 최대한 다양하게 먹으려고 담았는데 너무 촌티를 낸거 같다.
근데 내가 구글에 낸 돈이 얼만데 이정도 접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점심을 먹고 L님과 우리는 한시간 가량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서로 어떻게 왜 이곳에 왔고 왜 이곳에 오려고 하는지를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L님은 내가 이곳에 온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물어보시고 이런 저런 조언을 주셨다.
L님 역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곳까지 오게된 역사와, 미국 생활의 장단점을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재미가 없을거라는 이야기를 아주 강조하셨다 ㅋㅋㅋ (혹시 본인이..?)


L님 말고도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같은 Indoor 활동이 발달한 곳에 비해 여긴 매우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노래방 이라던가 음주 가무를 즐기는 단란한 분위기를 접하기 쉽지 않다. 집에 가려면 운전을 해야하니깐.

또 다른 증언들에 따르면 의외로 미국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화적 차이와 성격이 맞지 않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율도 꽤 된다고 한다. 힘들게 미국에 정착 해서도 와이프가 적응을 못해서 매일 싸운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L님이 레퍼럴을 해 주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타지에 와서 이렇게 고생하면 다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다.
그럼에도 L님은 흔한 다른 조언자들 처럼 해외 취업을 바로 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걱정스런 눈치셨다.

본인도 구글 코리아에 근무하다 주재원 비자(L비자)로 올 수 있었지, J님이나 나처럼 처음부터 H1B 비자를 노리고 오는 경우는 정말 모험중의 모험이라고 한다. (J 님은 회사라도 다니고 있지....)

고맙게도 또 다른 돌파구를 제안해 주셨다. 만약 이곳에서 취업을 실패하고 돌아가게 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그러면 구글의 다른 지사에 레퍼럴을 해 주신다고 한다. 구글 코리아나, 싱가포르 지사로 말이다.

처음부터 HQ에 입사가 힘들면 이런 우회 방법을 통해 주재원 비자로 오는 것도 굉장히 멋진일 아닌가? 선택의 폭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시간이 지나 L 님과 헤어지고 J님과 나는 캠퍼스 구경을 하기로 했다.
L님은 꼼꼼하게 방문증을 수거해 가셨다. 이게 있으면 회사를 마구 다닐수 있나보다. 그래서 외부만 돌아다녔다.

문제는 화장실도 못간다... 식권이 있을때 화장실은 꼭 갔다 오도록 하자.

놀이동산 처럼 아기자기 한 구조물이 많다.

정신없이 일하는 주인 옆의 개
이렇게 회사에 개나 애를 데리고 와서 일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막상 데려왔는데 놀아주진 못한다. 자유와 책임은 항상 함께 한다.


출장 이발소??



이 곳 관광명소 중 하나는 G bike! 구글 마크처럼 알록달록한 자전거가 캠퍼스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직원들은 이 자전거를 타고 광활한 사옥을 넘나든다.

구글 캠퍼스의 이동 수단 지 바이크.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 하는 Nerdy Asian



여태껏 봤던 사옥중에 가장 비싼 아름다운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관광을 하는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참 타고 돌아다니다가 주차장에서 구글 경비 아저씨한테 자전거를 뺏겼다...
원래 외부인은 못탄다고 한다. 잘 안잡는데 우리는 재수없게 걸려서 걸어다녀야 했다.


여기서 제일 부러운 것 중 하나는 회사 근처의 공원이다.


흔한 회사 공원



흔한 회사의 출근길


흔한 회사 근처 산책길

이렇게 길을 따라 동산을 올라가면 반대편에 Bay(만) 지역 바다가 보인다.



동산에서 내려다 보는 반대편 풍경


흔한 회사 셔틀버스. 동네 버스 종점이 아니다.
게다가 저 멀리 보이는 우주선은 예전 NASA 소유였던 건물로 구글에 팔린 이후로
지금은 구글의 우주 항공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연구단지로 사용된다고 한다.


흔한 회사의 야생동물





그렇게 실리콘밸리의 관광 명소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