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9일 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7 Referral

미 합중국은 합리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합중국이다 자본주의의 아이콘이며 모든 것이 수익과 연결되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테크회사의 중요한 핵심 인력인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 진다. 연봉이 쎄기 때문이다.

인력 채용에 있어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뭘까? 전문 리크루터? 빅 데이터 분석?
다 비싸다.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고 믿을 수 있고 리스크가 적은 방법은 바로 인맥이다.


애플 시니어 B 님에게 Referral (추천인)을 부탁하고 나서 나는 전략을 약간 수정하였다. 최소한 레퍼럴을 부탁 받으면 인터뷰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는  수정된 이력서를 가지고 서니베일 H님에게 연락해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보여드렸는데 예전보다 훨씬 잘 읽힌다고 만족(?)해 하셨다. 그래서 레퍼럴을 부탁해서 H님의 회사에도 이력서가 전달되었다. H님의 회사는 네트워크 방화벽 솔루션을 제공하는 꽤 성장한 회사이며 직원이 수천명 정도 되는 중견(?) 기업이다.
나도 이 회사의 마크가 붙은 라우터 장비를 얼핏 본 것 같기도 하다.

네트워크 솔루션으로 대표적인 회사로는 시스코가 있지만 그정도 되는 대기업은 레퍼럴이 없이는 이번 겨울 내에 면접을 볼 수 있을지도 불투명 하다.

그 외에 나의 모든 인맥을 총 동원해서 레퍼럴을 찾기 시작했다.

네오님과 H 님 가족은 틈만나면 동네 주민(실리콘 밸리의 동네 주민은 실리콘 밸리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나 리크루터들이다)들에게 연락을 취해주며 모든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셨다. (진짜 이런 분들 어디가서 못만난다 ㅠㅠㅠ)

뒷집 사는 중국인 리크루터, 옆 동네 사는 일본인 아줌마의 남편, 여러 회사에 근무중인 한인들...

며칠전 연락온 애플 리크루터 닐에게 이력서 전달을 부탁한 것도 나에게는 하나의 인맥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링크드인 일촌 닐!)




한국에 있었을 때 나는 토스트마스터즈(이하 TM)라는 영어 모임에 꽤 열심히 활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영어 수준이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계속 나를 영어에 노출을 시키면 감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일단 단순한 사교 클럽이 아니라 국제 비영리 기관으로 전 세계 수많은 회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고,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리더쉽 스킬을 함양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이 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클럽 활동에 참여를 하고 능동적으로 기여를 한다.
그러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무엇보다 하나의 끈끈한 목표로 뭉친 공동체였다.

이번 여행에서 이 클럽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고, 알게 모르게 이 그룹에서 알게된 사람들과 현지 사람들이 서로간에 mutual friends 관계인 것을 발견할 때면 참 우리 사는 세상이 좁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TM 클럽의 멤버였던 D님의 소개로 구글 레퍼럴을 소개 받았고,
역시 같은 TM 클럽의 멤버이자 오랫동안 같이 커뮤니티 활동을 해 온 J님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GoPro 재직중이신 분을 소개받아 같이 레퍼럴을 부탁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맥과 연줄은 낙하산 인사와 같이 꽤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

잘못 사용 되면 비리와 부패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암세포가 되지만
합리적인 이유의 인맥은 서로가 윈윈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구상에서 자신의 레퍼럴을 찾아보자




특히나 다민족 다문화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그 중에서도 특히 실리콘 밸리는 인종, 계급, 문화, 언어, 국가에 따라 상상 이상의 엄청나게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의 인맥이 서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하고 있다. 그만큼 상상 이상의 다양한 또라이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라인과 중국라인. 이 나라 사람들은 아주 짜증날 정도로 서로 잘 뭉치고 끌어주기도 잘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의 꽌시(관계) 문화는 잘 알려져 있다.




얼마전 에어비엔비에서 만난 친구 Z에게도 오랜만에 봤는데도 굉장히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중국인에게 신뢰를 받으면 무서울 정도로 친절을 베푼다.

인도 사람들은 재밌게도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계급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들 끼리도 라인이 다르다.

인도도 공학, 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고 대우가 좋으며 워낙 많은 엔지니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국으로 취업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도인이나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미국 취업 비자를 받기 '상대적으로' 쉽다.

이건 내가 만난 인도 엔지니어나 중국 엔지니어들에게 공통적으로 직접 들은 이야기다.
'너넨 우리 보단 쉬워 그래도..'





2월달이 되자 드디어 몇 번의 인터뷰 제의 메일이 들어오고 전화가 오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과 인터뷰 준비에 대한 압박감이 같이 찾아왔다.

1월에는 다들 뭐하다가 이제야 연락을 하는걸까? 그래도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음에 감사해야지.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메일이 또 왔다.


Apple Opportunity

안녕 스티브,
너 별일 없길 바라( I hope you're well.  미국 메일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인사말이다)

나 애플 테크니컬 리크루터인데, 내 친구 닐이 니 이력서 줬더라. 너 미디어 스트리밍 엔지니어 팀의 채용 담당자랑 이야기해 볼래? 밑에 자세한 내용 첨부했어. 질문 있으면 언제든지 하고 관심 있으면 전화 가능한 시간 알려줘.

토드.




용기내서 닐한테 부탁을 한 것이 먹혀 들었다. 고맙다 닐. 복받을거야

이로써 애플에서 인터뷰를 볼 수 있는 확률이 2배가 됐다.






그 와중에 또 한통 걸려오는 전화.

이젠 뭐 마음 편하게 여유만만한 목소리로 헬로~를 외치며 받는다.




하이~ 스티브?

응, 누구야?

나 아마존 Lab 126 채용담당 마가렛이야. 너 우리 오디오팀에 지원했지? 너 이력서 보니까 서니베일에 살더라? 인터뷰 볼래?

(뭐라고? 한국에서 그렇게 지원해도 이력서 리뷰도 안하던 애들이 이틀만에 전화를 하네? 사실 아마존은 연락도 없고 그래서 거의 포기하다 시피 하다가 며칠전에 업그레이드한 이력서를 아마존 Lab126에 걍 지원했었다. Lab126은 아마존 기기들을 연구하는 곳이다. 킨들이나 에코 같은 아마존 가젯들의 연구 개발을 하기 때문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꼭 알아두자)

어.. 맞아, 연락줘서 고마워. 인터뷰 관심 있지 당연히. 사실 서니베일에 아마존 오피스가 있는줄 몰랐어~ 근데 최근 보니까 가깝길래 지원했지. (나는 몰랐다는 듯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응, 너 서니베일에 있다니 딱 좋네~ 가까워서 다니기도 좋지 않니? 내가 메일로 자세한 내용 보내줄게. 스케줄 잡자.




그렇게 메일로 스케쥴링을 주고 받고 나는 순식간에 월요일에 아마존과 애플 폰 스크리닝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오마이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