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4일 목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6 Apple 편

미국에 온지 3주째.

2016년 첫 달의 마지막을 향해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나는 뭘 하고 있나? 여기서

애써 초조함을 감추며 그렇게 캘리포니아의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최근사이 많이 늘어난 수십통의 Job alert 메일과 스팸편지를 지우다가 문뜩 링크드인 InMail을 보았는데, 잠을 깨게 하는 메세지가 한통 와 있었다.



제목 : 애플
안녕 승화. 난 애플에서 카메라 소프트 팀을 지원해. 너 아래에 있는 포지션 관심 있니? 그러면 엔지니어링 매니저랑 이야기 해봤으면 좋겠는데. 30분 정도 통화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줘.

----- 포지션 내용----

땡큐,


미국에서 받은 첫 인터뷰 제의 메일이었다.
나는 쓸데없이 자라나는 기대감을 가라 앉히며 시크한 척 정성들여 답장을 했다.


안녕 닐,
연락줘서 고마워. 너네 엔지니어링 매니저랑 이야기하고 싶어. 아마 내일 오후에 가능할거 같아. 아니면 다음주 월요일에 아무때나 전화 줘. 카메라 소프트웨어 팀 포지션은 기회가 많아 보여서 참 흥미로워.

땡큐



다음날 오전에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올 데가 애플 밖에 없어서 누군지 자기 소개하는 이야기를 잘 못들어도 나한테 연락한 리크루터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전화 통화를 시작하면 가장 듣기 어려운 것이 상대방 이름이다.

회사 이름은 그나마 익숙 한데 미국사람들의 이름은 정말 어렵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리크루터들이나 HR 담당자들 역시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기 때문에 별에별 이름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그냥 못들으면 계속 물어보면 된다. 기억 안난다는 투로... 그러면 끝까지 자기가 누구이고 어디서 전화했다고 알려준다.



아무튼 애플 채용 담당자는 지금 내가 서니베일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팀 매니저가 나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 들을 하였다. 나는 한술 더떠서 지금 서니베일에 있고 5분이면 가니깐 그냥 내가 방문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빨리 찾아온다.

닐은 나에게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지 그냥 stay하는지를 물어봤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여행 비자로 와 있고 H1B 스폰서를 찾는다고 했다.

아임 쏘리, 우리 그럴 시간 없어. 너도 알다시피 비자 신청하고 6개월 뒤에 일할수 있잖아. That's too long time for us.. 미안해 승화.

나보다 닐이 더 실망한 듯 하다..

그렇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래? 그렇구나 나도 알아~ 이해해. 너가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근데 말야 내 이력서를 애플에 있는 다른 사람한테 좀 전달해 주지 않을래? 다른 여유있는 팀에 포지션이 있으면 나한테 연락달라고 전해줘. 나 여기 계속 있을거니까.


닐은 흔쾌히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사실 형식적인 대답 이어도 상관 없었다.

나는 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포기를 빨리 하니까 맘이 편해졌다. 그래서 이력서를 다른 팀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은 내가 생각해도 쿨하고 자신있게 했었다.

고맙게도 나중에 닐은 워킹 비자가 없는 불쌍한 외국인 구직자에게 링크드인 일촌 신청을 해 주었다.

어서와, 미국은 처음이지?
- Apple HQ, Cupertino, CA, U.S.A -




다음날 주말인 저녁, 나는 네오님 집에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오늘 저녁에 네오님 집에 초대를 하신 분은 이곳에서 알게 된 B 님과 K 님.
Liz 님은 정말 요리를 잘 하시고 친절하시다. 제육 볶음에 삶은 양상추를 잔뜩 차려주셨는데 손이 크셔서 정말 한상 가득 제육 볶음을 쌓아 두셨다.

예전에 H 님 집에 갔을 때도 그렇고 미국의 가족들은 집에 손님 초대하는 것을 굉장히 즐기고 또 손님을 매우 따뜻하게 맞이해 주신다.


 B 님은 현재 애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엔지니어 였고, K님은 산호세 주립대를 다니셨고 지금은 백엔드 엔지니어로 근무를 하고 계신다 (무려 재택근무로.. 회사가 산타 마리아 였나.. 아무튼 남쪽으로 굉장히 먼 곳이라 그렇다고 한다).


B님은 나와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이시고, 꽤 오랫동안 경력이 있는 애플 시니어 엔지니어이다.. 한국에 있을때는 비운의 모바일 제조 회사에 근무 하셨었다. 그 땐 그 회사가 망할줄은 몰랐다고 하시는데, 덕분에(?) 지금은 애플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니... 잘된건가...?

본인 말로는 애플도 일하기 힘드시단다 ㅎㅎ 역시 미국의 삼성

나는 주로 B님과 서로의 이야기, 과거의 스토리, 기술적인 이야기들로 화제를 바꾸며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금새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애플에서 연락이 왔고 비자 때문에 채용 프로세스가 중단된 이야기를 하며 B님께 레퍼럴을 부탁하였다.
친절하게도 나의 레쥬메를 검토까지 해 주셨다.


예전에 네오님 이웃사촌  H 님이 내 이력서를 보고 눈에 잘 안들어온다고 하신적이 있다.
본인이 자바와 아키텍트 경력 위주라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고 하셨었는데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B님 역시 내 이력서에 몇가지 중요한 지적을 해 주셨다. 이력서 작성 요령을 아래와 같이 기술해 보았다.


1. Task-based To Result-based

맡은 일의 결과에 초점을 둬야 한다.
가령 내 이력서에는 대부분 내가 어떤 업무를 맡았다 라고 되어 있었다.
그 대신 내가 무엇을 해내었다 라고 구체적인 기술을 해야 한다.

Optimized application code on ARM processors
-> Optimized application code on ARM processors and resulted 20% decrease of CPU resource usage

Developed PID controller algorithm for autonomous flight control.
-> Developed PID controller algorithm for autonomous flight control and succeeded to fly drone without manual control.


온라인 이력서 검토 서비스에 내 이력서를 넣어서 리뷰를 받았을 때도 동일한 리뷰를 받았다. (무료 이력서 검토 서비스인데 그 이후로는 거기서 채용 공고 메일이 쏟아져 나와서 좀 귀찮아지긴 했다;;)

내 이력서 리뷰는 아래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www.topresume.com/?action=resumecritiqueview&at=Kws7pyzs1qsrac3hXSwQ2A12LgarRSAo&utm_campaign=cr3




2. Make a story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Goal achievement를 기술하되 어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과였는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대학 연구실에서 드론을 만들 때 모터를 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이를 위해 정확한 모터 제어 신호를 위한 펌웨어 프로그래밍을 했다라는 것을 자세히 명시하도록 조언해 주셨다. 펌웨어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펌웨어 프로그래밍을 어디에 응용해 보았는지 스토리 텔링을 해야 한다.

단순히 IMU센서나 gyro센서, I2C 통신 등을 이용했다고만 명시만 할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응용을 했는지도 보완하였다.

그 외에도 B 님이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했던 일들을 듣다가 왜 그건 명시 안했냐고 하신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사소한 이야기들 또는 '애플에서 개발자들이 뭐하는지 잘 몰라서' 명시하지 않은 내용들을 더 보완하였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는다. 다 갖다 사서 조립하고 최적화를 한 다음 그걸 갖고 새로운 가치(응용)을 하기를 원하는 회사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본 '하드워커를 원한다'


3. Resume form
이건 내가 스스로 깨달은 사실인데, 현지 사람들과 원어민들에게 부탁한 이력서를 보면 제각각 뭔가 다르면서도 어딘가 조금씩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일단 A4 기준이 아니라 미국의 레터 용지 규격을 사용한다. 그리고 내가 해외 이력서 작성 요령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작성하긴 했는데 그래도 뭔가 현지 이력서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


링크드인에서 자기 이력서를 PDF로 저장해 보자.  아래처럼 시작될 것이다.
Seunghwa Song 
Software Engineer
sshtel@gmail.com


이름이 대빵 크다. 이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운데 정렬은 없다. 이 포맷대로 이력서를 수정하자. Summary, Experience 등 목차와 본문 내용의 폰트와 폰트 크기 똑같이 하자.

스킬은 장황하게 나열하지 말고 지원하려는 회사에서 요구사항에 맞는 것만 주로 넣자.

학력은 맨 뒤로 빼자. 요구되는 학위만 명시되어 있으면 된다. 경력직에겐 경력이 중요하다. 미국 회사들은 한국인 경력직 개발자가 서울대를 나온 사실엔 관심이 없다. (신입은 대학 학벌이 중요하기도 한데 엔지니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최근 경력부터 쓰자. 오래된 이력은 관심 없다. 오히려 경력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오래된 경력부터 지우기도 한다.

이력서는 2장까지만..


B 님의 꿀팀과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를 참고해서 이력서를 완성해 놓으니 나름 볼만해 졌다.






인터뷰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