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31일 일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7 San Francisco, Airbnb



7년전 Z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약간 많이 무뚝뚝한 성격에 말수가 적지만 착한 중국인 친구로 기억한다. 나보다 나이는 훨씬 많을 것이다.

UCI 박사과정 이었던 Z 는 Kane Kim 교수님과 건국대학교의 인연으로 종종 연구 협력을 하러 한국에 방문하였다. 내가 Z의 서포트를 맡게 되어서 기숙사 위치나 학교 근처 맛집을 알려주곤 했는데, 그 친구는 그게 되게 고마웠던 것 같다. (내색은 안 했지만)

어쩌다 스파르타식 한국인 교수님을 지도교수로 두어서 랩실 생활이 고달파 보였지만 그래도 굉장히 똑똑했고 또 똑똑한 아우라를 풍기는 여유 넘치는 중국인 엔지니어다.
왠지 1갑자 정도 내공을 쌓은 느낌이랄까.

UCI 와의 왕래가 끊긴 이후로 나는 Z와 일년에 한번 메일을 주고 받는 정도로 거의 연락이 없었다. 내가 미국행을 마음먹었을 때 까지는.

그가 UCI 를 졸업한 이후에 Z 의 링크드인을 들어가 봤는데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링크드인에서 근무중 이었다. (그 당시 링크드인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 한 스타트업 이었다. 지금은 워낙 커졌지만..)
UCI 출신 박사의 범접할 수 없는 기운과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을 한꺼번에 부러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작년 여름쯤 미국행 준비를 위해 다시 연락을 했고, Z의 링크드인은 4년만에 업데이트가 되어 있었다.

Software Engineer, Airbnb


이번 미국 여행에서 비행기 값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을 꼽으면 렌트카 그리고 숙박비이다.

그리고 네오님 집 렌트를 제외한 모든 숙박은 에어비엔비에서 해결했고 또 그럴 것이다.
살인적인 호텔 가격을 피해 저렴한 가격으로 나에게 LA 와 산타 모니카에 일주일 동안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었던 그 에어비엔비.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하려고 실리콘 밸리로 왔다가 살인적인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해 방을 렌트하기 시작했고, 아예 그걸 사업으로 바꾸어 버린 그 회사.
지금은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핫 한 회사중 하나이다. (Z는 뭐 이런데만 골라서 취업을 잘한다... 역시 학교 네임벨류도 무시 못한다)


무뚝뚝한 성격 답게 메일도 시크하게 짧게, 그리고 항상 늦게 답장하는 Z 였지만 실리콘 밸리에 오자마자 보낸 메일에는 이틀만에 답장을 줬다.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그래서 나는 Z 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280번 프리웨이를 달리고 있다.

서니베일에서 데안자 에비뉴를 따라 가다보면 280 프리웨이를 만나는데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다가 101 국도로 빠지면 금문교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중심에 도착한다.



점심 시간 직전의 한적한 샌프란시스코 도로.
그렇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매우 좁다



여기도 살인적인 물가.
Safeway에 주차하길 잘했다.
(나중에 베이글도 사먹었으니 괜찮다)




샌프란시스코는 실리콘 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남부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굉장히 복잡하고 오래된 도시의 느낌을 풍긴다.
공기 오염도 적당(?) 하고 도로는 좁아서 마치 LA 코리안 타운, 아니 진짜 서울에 온 것 같았다.

도심은 트래픽과 주차난이 심각하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샌프란시스코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
깨끗한 남부 캘리와 산호세와는 굉장히 대조적인데다가 대낮에도 홈리스들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다.



이런 평화로운 공원에는 홈리스 아재들이 누워서 일광욕을 즐긴다.
여긴 날씨가 따뜻해서 홈리스의 천국이다.
(무서워서 간판 뒤에서 멀찍이 찍음)



Z 는 내가 오기 전부터 주차 문제를 경고했다. 그래서 나는 재치(?) 있게 근처 Safeway(미국의 이마트 라고 보면 된다)에 차를 주차하고 스타벅스에 들어가 당당히 고객 행사를 한 다음 Airbnb HQ로 향했다.





Airbnb HQ(헤드쿼터) 건물. 
그냥 왠지 동대문 평화시장 같이 생겼다.




Z를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 근처를 걸으며 도시를 구경하였다.
2블럭쯤 걷다가 보퉁이를 돌았는데 어라?



Pinterest HQ


어디서 많이 보던 아이콘이...
설마 했는데 핀터레스트 본사였다. 어메리칸 여자들은 다 가입해 있다는 이미지 기반 공유 서비스.
(솔직히 뭐하는 서비스인지도 잘 모른다. 취미 별로 사진 모아 놓고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정도..?)
신기한건 회사 입구가 저렇게 카페 처럼 간판하나 달아놓고 있다는것 (내부는 엄청 크다)


Z한테 문자가 왔다. 회사 앞으로 가니 Z 가 멋쩍게 손을 흔든다.

6년만..인가? 우리는 악수를 할까.. 싶다가 어색하게 포옹을 했다 ㅋㅋㅋ

Z 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무뚝뚝 하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영주권도 받고 오래 살았는데도 스피킹은 별로 는거 같지 않다. 그나마 연구 발표할 때는 교수님이 자꾸 시켜서 좀 유창했는데..


Z 를 따라 회사로 들어가서 방문자 수속(?)을 밟고 티겟을 받았다.

에어비엔비 방문자용 스티커




에어비엔비 회사 내부.
동대문 평화시장 같은 겉모습과 달리 내부는 굉장히 세련된,
성공한 스타트업을 과시했다.







탕비실이다.(kitchen)
에스프레소(맛이 굉장히 좋다)와 과일이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난 이것만 있으면 충성을 다할 자신 있는데...)




휴게실이 아니라 사무실이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맥북을 펴놓고 일하고 있다.





일하다 심심하면 이렇게 장난도 치고..




Z가 나를 데리고 온 포토존!!
왠 Asian nerd 하나가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회의실이다..
실제로 누기 이런 이동식 차량에 에어비엔비 호스팅을 했는데
이걸 그대로 옮겨왔다고 한다.
(저 뒤에 하얀 커튼뒤도 회의실이다)




에어비엔비의 근무 환경은 내가 여태껏 생각해 왔던 회사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물론 이 안에서도 분명 업무라는 것이 있고 책임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피곤에 쩔었다던가 누구한테 깨져서 기분이 안 좋다던가 하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각자 회의실에 앉아 자기 사업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제일 부러웠다.


실리콘 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사람을 실적으로 조지는 압박 줄지언정 사람답게 사는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의 네오님도 일주일에 한번은 재택 근무를 하고(업무 특성상 그것이 가능한 탓도 있겠지만) 미국 사회가 가족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회사 업무가 가족보다 우선시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나 와이프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하면 회사 일을 제쳐두고 퇴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회사에서의 책임은 그 다음의 일이다.



이제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나도 에어비엔비 고객이니 밥좀 얻어먹어 보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부페를 즐기고 있다. 전문 요리사가 매일매일 요리를 준비하고 샐러드 바에는 야채와 과일이 풍부하고 한쪽 구석에는 수십가지(농담 아니다)의 음료수가 벽에서 콸콸 흘러나온다..  여기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된 땅이구나!



사진에 보이는 홀에 스테이지가 있는데 가끔 공연도 하는거 같다.




디저트 까지


내가 에어비엔비에 쓴 돈이 얼만데 이정도 접대는 받아야지!



Z는 에어 비엔비 구경에 이렇게 맛있는 회사밥도 먹게 해준 9번째 은인..ㅠㅠ




밥을 먹으며 역시 우린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근황, 교수님 안부, 미국에서의 생활, 연구실에 있던 다른 친구들 근황을 이야기 하였다.

나는 에어비엔비의 근무 환경이나 동료들, 그리고 채용 프로세스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뭐 통상적인 채용 프로세스와 크게 다른건 없었다.

내가 지원을 하게 되면 referral(추천인)을 해 주겠다고 한다.!
그래 내가 이걸 위해 아침부터 고속도로를 달렸나보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내 실력과 운에 맡겨야겠지만...


그 와중에  Z 는 여전시 시크하다. 그냥 뭐 미국에 와서 영주권 받고 이런 좋은 회사에서 일을 해도 늘상 같은 일상이라고.... 자기는 집에서 쉬는걸 더 좋아한단다. ㅋㅋㅋ
이 친구야, 좀 인생을 즐겨봐. 하긴 원래 그렇게 유유자적하는 성격이긴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키친에 가서 커피와 바나나와 자몽을 먹고 난 후 Z는 말없이 나를 정문까지 바래다 주었다.

근무 시간 됐으니 근무하러 가는 근면 성실함...(다른 사람들은 식당에서 여태 수다 떠는데 ㅋㅋㅋ)

마지막 순간까지 시크하게 Bye를 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간다.







Z와 헤어진 후 나는 도시 구경을 좀 하기로 했다.
UCSF를 한번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의 언덕길은 정말 험하다. (걸어 가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UCSF는 여긴 정말 작은 학교이고, 거의 의대인듯 하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이런 달동네를 빼놓을 수 없다. 








가파른 언덕길에 세워놓은 집들과 차.





빅 히어로 애니를 보면 샌프란소쿄라는 가상의 도시가 나오는데,
나는 그 도시 길가의 벚꽃이 일본의 이미지를 덧씌우려고 만든줄 알았다.
근데 진짜 벚꽃나무가 언덕길 양쪽으로 심어져 있고 심지어는 개화까지..








샌프란시스코는 집의 색깔도 정부에서 관리를 한다. 그래서 도시 미관을 위해 옆집과 똑같은 색으로 집을 칠할 수 없다. 집도 마음대로 못칠하냐 이런 빨갱이들(?) 
덕분에 도시는 형형색색의 집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어느덧 늦은 오후, 짧은 도시 구경을 마치고 280 도로를 타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