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0일 수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4 Santa Monica(Silicon Beach)

미국 여행의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여행 시간의 3분의 1 이상, 아니 절반은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날이 많다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혼자 여행을 한다고 하면... 아니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상당수의 시간을 운전을 하는데 인생을 낭비해야 한다.


San Diego 에 갔다오느라 녹초가 된 나는 지난 밤 체크인 하나자마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뻗어 잤다. 그래도 시차 적응이 애매하게 된 탓인지 새벽에 깨곤 한다.


내가 이틀 간 묵기로 한 이 숙소는 Santa Monica(산타 모니카) 근처에 있는 Sharron(쉐런) 이라는 여자의 에어비엔비 이다.

산타 모니카 쪽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이곳을 돌아보고 다음날 북 캘리포니아로 바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미국에 온 첫날 가디나에 잡았던 숙소는 중국계 아줌마 Mia가 운영하는 에어비엔비 였는데 Mia는 그 동네 근방에 에어 비엔비를 위한 집이 다세대 건물 여러개가 있었고, 마치 전문 민박집을 운영하는듯 했다. 그래서 Mia를 볼 일이 별로 없었다.

이번에 숙소로 잡은 이 곳은 말 그대로 Sharron의 집이었다. 방 3개가 딸린 콘도미니움에서 빈방 하나를 에어비엔비로 운영중 이었다.

Sharron의 집에서 묵기로 한 이유는 그녀가 UCLA를 졸업하고 산타 모니카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다고 자기 소개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쉐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곳에 숙소를 잡았다

Sharron 은 유난이 입술이 도드라져 보이는 예쁜 흑인 아가씨였고 백인 남자친구 가브리엘과 동거를 하고 있었다. 옆 방엔 외모에 비해(키가 190은 넘고 팔에는 문신이 크게 있다) 다소 소심한 또 다른 흑인 친구 조지오가 살고 있었다.

쉐런의 아늑한 집. 집 곳곳에 가족 사진이 있고 거실에는 게임기가 굴러다닌다.
그냥 말그대로 자기가 살던 집의 방 하나를 나에게 빌려준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다세대 주택이다. 



AirBnb(에어비엔비)는 최근 급성장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으로 개인이 남는 방이나 거실 소파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여행자가 그것을 검색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거래를 중재하는 서비스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미국에서 특히 에어비엔비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이유가 몇 개 있는데,

1. 일단 집이 크다. 남는 방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해도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된다. 미국은 철저히 개인주의(나쁜 뜻이 아니다) 사회이기 때문에 가족 간에도 개인의 사생활은 침범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집에 살아도 다른 집 처럼 구분이 되어 있다.

2. 사람들의 마인드가 오픈 마인드이다. 처음 보는 사람을 자기 옆방에 묶게 하는데 전혀 거리낌 없는 사람들이 많다.

3. (특히 캘리포니아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 하거나 사회 변화에 맞춰 법안을 수정하고 도입하는데 유연하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에어비엔비를 활용해서 숙박업을 하는 개인이 점점 늘자, 법으로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불법으로 간주해서 처벌을 하기 시작하였다. (세금 때문일 것이다)

법이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갈등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드론(무인 비행체)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나도 드론 연구를 해서 그 쪽 분위기를 면밀히 주시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전시 국가이고 국가 안보에 더 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동안 드론 관련 산업이 활발하게 활성화 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Santa Monica 는 LA 서쪽 끝의 태평양에 맞닿은 동네로 굉장히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왠만한 캘리포니아의 해변가 동네는 다 유명하고 다 아름다운 관광지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쉐런은 운동을 하러 나갔고 거실에는 가브리엘이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나도 한잔 얻어 먹었다. 가브리엘과 조지오는 병원에서 무슨 테라피 관련 일을 한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가브리엘이 추천해 준 산타 모니카 근방 Farm Shop 이라는 브런치 집으로 향했다.




몰랐는데 오늘은 미국의 휴일 이었다. 1월 세번째 월요일은 Martin Luther King Day 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내가 먹은 Poached Egg(수란) 를 곁들인 고기 요리.



이렇게 바에서 앉아 음식을 먹다가 새라라는 여자 종업원이 말을 걸었다.
새라는 키가 훤칠하고 성격이 굉장히 밝은 흑인 아가씨였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굉장히 반가워 하며 자기도 지난주부터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어눌한 말투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를 말하며 웃는다.



브런치 가게와 바로 맞닿아 있는 Grocery.




근방의 상점 거리. 역시 휴일이라 일부 커피점을 제외하고 아무도 안나왔다.



브런치를 먹고 산타 모니카 해변으로 향했다.

이곳 산타 모니카는 실리콘 비치(Silicon Beach)라고도 불리는 LA의 실리콘 밸리이다. 
크고 작은 테크 회사들이 모여 있고 실리콘 밸리 못지 않은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해변은 관광지로 유명하고 바로 코 앞에 LA공항이 있다.


산타 모니카 해변.. 날씨가 안좋다 ㅠ
사람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고 해변가에서 조깅을 한다.




실리콘 비치에는 구글, 페이스북의 LA지사가 있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Hulu 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의 개발사 Riot Games 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쉐런도 이곳 산타모니카의 스타트업에서 근무중이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Hulu 본사


산타 모니카에는 크고 작은 회사들의 오피스 공간으로 사용되는 이런 Center 들이 많이 보였다.


라이엇 게임즈 본사 


산타 모니카 구글 지사.
누가 말 안하면 구글인지도 모를 정도로 칙칙한 분위기의 건물이다.




굳게 닫힌 문.
휴일엔 아무도 출근을 안한다.





페이스북이 있다는 건물. 모르겠다.







저녁에 돌아오니 쉐런이 집에 와 있었다.
지난 밤 늦게 체크인 하느라 이야기를 못 했지만 나는 쉐런과 간단히 인사를 하며 서로 자기 소개를 하였다.

쉐런은 CallFire 라는 VoIP 서비스 스타트업 회사의 Marketing Coordinator로 근무중 이었다. 내가 NextPlus 라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니 자기네 경쟁하라고 한다.

내가 여기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하니 산타 모니카와 LA근방의 Fair 들 정보와 밋업 정보, 회사 검색을 할 수 있는 리크루팅 사이트들을 몇 개 알려줬다.


쉐런이 알려준 페이지들

Techzulu,  digital LA, Techweek.com, Silicon beach fest, Developerweek.com


그리고 내가 산타 모니카 근처에 직장을 찾을 때 혹시 자기 친구들을 알게 되면 훨씬 컨택하기 좋을 것 이라며 나를 링크드인 일촌으로 등록해 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네트워킹을 위해 에어비엔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쉐런의 링크드인을 둘러보니 동시에 Fake Lany 라는 스타트업의 창업자였다. 그래서 요즘 회사 로고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를 찾는다고 한다.

최근 누군가에게 페인트로 칠한 느낌이 나는 회사 로고 디자인을 맡겼는데 결과물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맘에 안들어서 다시 의뢰할거라 한다 ㅋㅋ (결과가 좀 안좋긴 했다..)

이렇게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퇴근해서 자기집 거실에서 창업을 하는 자유로움과 마음껏 도전하는 분위기가 부럽다.
쉐런은 링크드인 프로파일에 현재 직업 정보와 자기가 창업한 회사 정보를 당당히 공유 했다.

우리나라에서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프로필을 작성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창업 했다는 소리라도 들리면 그다지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산타 모니카에서도 스타트업 열풍이 뜨겁다. meetup.com 이나 eventbrite.com 같은 서비스를 검색해 보면 산타 모니카와 LA근방의 스타트업이나 테크 관련 밋업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앞으로의 성장세가 주목된다.


쉐런과 짧은 밋업을 마치고 내일 아침 여정을 위해 작별 인사를 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