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9일 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3 Dana Point, San Diego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와 J 선배는 또 다른 선배 E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밤에 왔을때는 몰랐는데 선배집의 동네는 정말 아름답고 깔끔한 동네다..

J 선배 집은 차를 타고 골목을 들어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 어귀에 있는데 이런 곳을 Cul-de-sac 이라고 한다.
미국인은 차가 발이기 때문에 항상 동네에 차가 다닌다.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조금 멀더라도 Cul-de-sac 쪽에 집을 구한다.


나도 나중에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선 내 경제력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넓은 2층집,
뒷마당에는 잔디밭에서 아이들과 개가 뛰어 놀고 난 옆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꿈만같다.

근데 새벽에 일어나 개똥을 치우고 개밥을 주는 J선배의 남편분을 보면 꼭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을것같다. ㅋㅋ (고작 10주된 루비의 똥은 왠만한 성인 남성의 소화량과 맞먹는다) 게다가 일요일인 오늘 J 선배는 내 핑계를 두고 남편에게 두 아들을 맡겨두고 브런치를 먹으러 나간다. 불쌍한 Mr C.. 꼭 테슬라는 사기를..


아침 산속이라 안개가 끼고 이슬도 많이 생겨서 꽤 쌀쌀 한 동네
진짜 주차 문제로 이웃집과 싸울일이 없다






역시 차를 타고 마실을 나가야 한다.
5분 정도 차를 몰고 Dana Point Harbor 로 가서 E 선배를 기다렸다.


이런 아름다운 항구를 J 선배는 그냥 틈만 나면 집앞에 마실 나온다고 한다.
아이고 부러워서 졌다...

Dana Point Harbor








E 선배를 만나서, E 선배가 추천하는 브런치를 먹으러 다시 이동했다.. E 선배는 정말 여기 저기 잘 돌아다니고 여행과 서핑을 즐기는, 능력있는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다.




Stacks Pancake House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강추 메뉴 캘리포니아 오믈렛. 저기 밥이 아니라 고기가 들었다.
팬케익도 준다...;;



나는 와플 위에 스파이시 치킨과 베이컨, 치즈 등이 올라간 음식을 주문했다.
미국은 음식도 다 크다.. 느끼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다 못먹을 뻔했다.







거대한 브런치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Dana Point Harbor 로 가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였다. 항구에 위치한 Coffee Importers 카페는 아침에 잠깐 왔을때 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 져서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Coffee Importers



나는 E 선배에게 미국 취업과 채용, 인터뷰와 관련된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하였다.
E 선배는 J 선배보다 훨씬 이전에 미국에 와서 정착을 하였고 지금은 헬스케어 솔루션 회사의 시니어 엔지니어로 팀을 리드하는 정도의 포지션에 있었다. 정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시고 미국에 오래 지내시다 보니 일부 한국어를 헷갈려 하시기도 했다. J 선배는 E 선배가 가성비라는 단어를 모른다고 막 놀린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교포 2세로 착각할 정도로 옷도 현지인 처럼 멋스럽게 입고 다니신다.

자기도 어제 J 선배에게 연락을 받고 H1B 비자와 관련된 정보들을 서베이 해 보았는데 역시 쉬운건 아니라고 한다.
막무가내로 이렇게 미국에 온 내 이야기를 듣고 연일 so brave..라고 감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하셨다.

E 선배는 직접 신입 interview 도 자주 하고 이력서도 검토를 하는데 내가 알고 있듯 역시 phone interview, technical test, on-site interview 순서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한다.

personality, technical skills, attitude... 등등을 아주 종합적으로 면밀히 관찰하고 우리 팀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면 채용을 한다. 나의  technical skill 수준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attitude 하나는 참 좋다고 하신다.

한가지, 미국에서는 해당 포지션이 열려 있다면 자기가 그 포지션에 적합한 스킬과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면 경력과 나이를 불문하고 flexible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은 보통 나이와 학력과 경력을 보고 적당한 직급이 결정이 된다.
나정도 30대 초반의 나이에 석사 학위와 3년 경력이 있으면 어딜 지원해도 왠만한 회사는 나에게 '대리급' 딱지를 달아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냥 마음껏 지원을 하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보통 mid-level engineer 이겠지만 어떤 포지션 에서 내가 갖고 있는 스킬과 경험이 충분하다면 senior engineer에 지원을 할 수 있고 CTO 에도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나는 미국에서는 확실히 경쟁력 있는 인력이 아니다.

테크니컬 스킬 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고려 했을 때 원어민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E 선배는 만약에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할 정도로 unique 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면 자기는 채용을 할 것이라고 한다.
(근데 난 없잖아...)


역설적이게도 flexible하게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미국에서 연봉을 좀 낮추고 Entry level (연봉 6만 달러 수준) 을 지원해서 시작해 보는 것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아마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 받는다면 다음해 연봉 협상에서 정상 수준의 salary로 협상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일부 입학이 쉬운 사립 대학을 고려중 이었다. (현재 내 토플 점수만으로도 지원이 가능한 학교들이 있다. 심지어 GRE도 요구하지 않는다)
요즘 사립 학교들 중에 credit(또는 unit 이라 한다. 학점을 뜻한다) 장사를 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보통 OPT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많은 해외 구직자들이 1년동안 석사 과정을 밟고 빠르게 취업을 하는 절차를 밟기도 한다.

그럼에도 E 선배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학교에 먼저 지원하는 것을 추천하였다.


"Steve, you already have a masters degree and 3 years experience and you have good attitude.
You could get degree from those schools and apply for jobs with OPT.
However, guess there is another candidate who is entry level but get a degree from UC schools such as UC Irvine and UCLA.
Who would be more competitive?

I would prefer the entry-level guy because he/she has degree from more trustworthy school and it's better for us.

And you can't learn from the low-quality schools.
You can pay for OPT visa, but choose seriously."


미국에선 학벌을 안본다. 하지만 신입(entry level)은 학벌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미국에서 경력직이 아닌 신입이나 마찬가지였다.


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들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가야할 길이 조금씩 밝혀지는 듯 했다.
쉽게 OPT를 따고 취업을 하는 것이 나쁜것 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장단점이 있다.
(이걸 위해 9000km를 날아 왔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볼 것이다.)

E 선배는 나의 다섯번째 은인 ㅠㅠ

나중에는 메일로도 38살에 박사 학위를 받은 E선배의 친구 이야기를 해 주며 student loan도 있으니 알아보라고 하였다.

나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정형화 된 '나이에 맞는' 인생을 살아 버릇 하는게 아직 몸에 베어 있어서 마음이 급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고 적당한 나이에 취업을 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애를 낳아야 한다..

그런 인생 테크트리에서 1~2년 늦으면 '쟤는 왜 늦었을까?' 하는 의심을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그리고 그런 지각 인생이 취업에 직결되는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입사 지원에 나이 제한이 있는 등)

나이가 직급에 영향을 미치고, 기성세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회사와 사회의 비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LA에 있는 친척 동생은 이번 시즌에 대학원 진학 시기를 놓쳤다.
그런데 뭐 대수롭게 생각하지도 않고 '올해 지원해서 내년에 가죠 뭐' 라면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편하게 인생을 즐긴다.
이모님이나 이모부님이 그걸 갖고 뭐라고 하지도 않는다.


미국에 와서 여유로운 사람들을 보고 여유있는 삶의 방식을 옆에서 보면서 조금씩 느끼는 점이 많다. 이 광활한 대륙에서는 어차피 조금 빨리 간다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난폭 운전도 별로 없다. LA 다운타운이나 뉴욕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아름다운 Dana Point Harbor 를 뒤로 하고 다시 차를 남쪽으로 돌렸다.

San Diego  가는길.
(잘 안보이지만 저 멀리 오토바이가 광란의 질주를.... 미국은 프리웨이에 오토바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사실 관광 말고는 올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알게된 K님을 만나기 위해 또 다시 1시간을 달려 샌디에고에 도착하였다.
(내 미국 여행의 주 목적이 온라인 친구들과의 오프모임을 갖기 위해 온 거 같다...)

K님은 LA 에서 최근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나처럼 미국에서 구직 활동중 이시다. 내가 지인들과 OpenCL 공부를 하기 위해 만든 소소한 페이스북 그룹 '성능 덕후들의 병렬 컴퓨팅 모임' 에서 열심히 자료 공유 및 의견 토론을 하기도 하면서 온라인 절친이 되었다.

LA가 아니라 샌디에고에 내려와 계셔서 못볼줄 알았는데 Dana Point까지 왔는데 샌디에고는 뭐 그냥 지척이지... 

K님이 알려주신 스타벅스에 도착하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사진으로 봤을땐 몰랐는데 훤칠한 키에 호남형 이시다.

커피를 얻어 먹으며(6번째 은인 ㅠㅠ) 우린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미국 취업 이야기 들을 쏟아내며 연일 수다를 떨었다.





K님에게서는 주로 학교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내가 E선배에게 물어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급하게 입학이 쉬운 학교를 가서 OPT를 받기 위한 학비를 내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우리같은 유학생들은 최대한 퀄리티가 보장되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취업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학교의 위치도 중요하다.

한번은 실리콘 밸리에 있는 거대한 반도체 회사에서 인턴십 제의가 들어왔는데, 면접이 진행 되는줄 알고 좋아 했다가 면접 담당자가 LA 에 학교를 다닌다는걸 나중에 확인하고 미안하다며 취소해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풀타임 인턴이었기 때문에 LA에서 학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회사에서 살인적인 거주비를 감당할 만큼의 인턴 급여를 줄 수가 없다고 했단다.
Jesus.. 거기서 한달 넘게 지내야 하는데 걱정이네..

많은 사람들이 살인적인 물가를 감안하고 실리콘 밸리 근처에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그곳의 네트워킹과 인턴, 인터뷰 등의 접근성이 캘리포니아의 다른 지역보다 좋기 때문이다.

K님 말로는 심지어 LA 학교의 몇몇 인도인 유학생들은 5~6 명이 방 하나를 렌트해서 침낭에서 자며 유학생활을 버티기도 한다고 한다.. 독한 놈들... 짠하면서도 왠지 공감이 갔다.
그만큼 절실하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기에 그렇게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이겠지.


인도인들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한국에 있었을 때 판교에서 일을 하던 인도인을 잠깐 알게된 적이 있었다. 그 친구 말로는 실리콘 밸리에 인도인이 많은것 같지만 아주 극소수의 유능한 애들만이 미국 취업에 성공을 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인도에 매년 쏟아져 나오는 엔지니어들이 워낙 많고 거기서도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한다.
인도인들도 미국 취업 비자를 받기가 한국만큼 까다롭단다. 그래서 일부는 유럽으로 일부는 아시아로 진출을 한다.

학교 다닐때도 엘리트 인도인들은 거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우리 학교로 유학을 오기도 하였다.



그렇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K 님이 거주중인 동네 근처를 잠시 걸었다.

샌디에이고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






요즘 결혼 준비로 집을 장만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으시단다 ㅎㅎ;

미국에서 Apartment 라고 하면 한국처럼 고층 건물이 아닌 2층 정도 구조의 다세대 주택을 말한다.
그것보다 높은 층의 흔히 우리가 아파트라고 알고 있는 주거 형태는 Condominium 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이 단독 주택.

요즘 미국의 부동산 이야기를 하며 동네를 돌고 난 후, 아쉬운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K님과 헤어지고 바로 올라갈까 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San Diego에 발만 담그고 갈순 없지.

다시 삼십분 정도 남쪽으로 차를 몰고 도착한 이곳은


San Diego 에서 유명한 La Jolla(라호이야) cove
정말 경치가 장관을 이룬다..





만 반대편의 마을의 집들이 옹기종기 보인다.




해변에 이렇게 갈매기나 까마귀 같이 까만 조류들이 위태위태 하게 앉아 있다.




라호이야의 해변가는 게으른 물개와 바다사자들이 자고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죽은거 아니다.
상당히 가까운 곳까지 올라와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물개들. 




이 아름다운 해변가에는 이런 예쁜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애인과 함께 오면 정말 최고의 데이트 코스가 될 것 같다..
(이것도 내 인생 목표 중 하나로 리스트업..)



사진엔 안보이지만 차들이 줄지어서 해변가로 몰려든다.
주말이면 캘리포니아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놀러오기 때문에 항상 교통 체증이 심하다.



이렇게 물개들이 누워 있다가 파도로 샤워를 한다.




짧은 물개 관람을 마치고 LA로 차를 돌렸다.

내려올 때는 중간 중간 사람들을 만나며 내려왔지만 올라가는 길은 너무나 힘들었다.

결국 졸음 운전이 걱정되어 중간 휴게소에 들러서 한시간이나 잠을 자기도 했다.
미국의 휴게소는 한국처럼 으리으리 하지 않다. 매점도 없고 자판기 몇개와 화장실이 전부이다.
한국은 땅도 좁은데 왜 그렇게 휴게소 문화가 발달 했을까? 아이러니 하다...



밤 10시나 되어서야  산타 모니카 근처의 에어비엔비에 체크인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