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9일 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2 Irvine, Laguna beach

새벽 다섯시. 한국 시간으로 밤 열시. 졸린 눈을 비비며 코딩 인터뷰 스터디에 참석하고 나서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고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일주일 간 LA만 있을줄 알았는데 일정을 바꿔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자유 여행의 장점이다)



오늘은 LA남쪽에 위치한 Irvine(어바인)에 살고 있는 선배 J를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을 하였다. 선배 J 역시 한번도 본적이 없고 작년 여름부터 다른 선배를 통해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

샌디에고까지 이어지는 5번 프리웨이
(핸드폰 거치대에 두고 버튼을 눌러 찍었다)



5번 프리웨이를 타고 한시간 가량을 달려서 도착한 어바인은 LA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동네였다.

도로에는 차들이 적당히 한산하게 달리고 있었고 햇볕은 따사로웠다. 집들은 더욱 드문드문 있었으며 가끔씩 보이는 넓은 들판은 대륙의 흔한 동네 공터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할 무렵엔 선글라스를 써야 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어바인의 도로. 주말인데 차는 많이 없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시종일관 이런 날씨라고 한다.








미국 도로사정을 몰라서 일찍 출발했는데(LA와 어바인 사이에도 정체가 심하기로 유명하다)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근처에 있는 UCI(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을 갔다왔다.

UCI는 어떻게 보면 나와도 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학교이다.

건대 대학원 재학 시절 나의 석사 지도교수님인 장천현 교수님과 박사 지도교수님인 김두현 교수님은 실시간 시스템 연구실의 김문회 교수님과 자주 연구 협력을 하셨는데, 김문회 교수님의 큰 형님이신 김광회 교수님은 UCI의 교수였다. 지금은 두 분다 고인이 되셨지만 (형제가 모두 너무 연구에만 열정을 쏟아 붓느라 건강을 챙기지 못해 단명하였다) 그 당시 김광회 교수님은 우리학교에 주기적으로 방문 하시면서 공동 연구 및 특강을 진행하시기도 하였다. 짧았지만 나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조언을 주시기도 했다. (김광회 교수님이 70~80년대에 제안하신 TMO라는 실시간 시스템을 위한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모델은 내 석사 학위 논문 배경 연구의 기반이었다).
아무튼 그 때는 나중에 나도 UCI 에 파견 식으로 연구원으로 갔다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연구가 중단된 이후로는 올 일이 없을 줄 알았다.

UCI 에서 김광회 교수님 랩의 박사과정으로 있던  Z 라는 중국인 학생도 있었는데, 그 당시 한국에 와서 몇개월간 연구를 수행하였다. 내가 그 친구 기숙사와 밥집 등을 챙겨주며 도와주었는데 되게 고마워 했다. 가끔 연락을 하는데 지금은 Bay Area에 있는 Airbnb에서 근무중이다! (꼭 연락해서 놀러가야지... +_+)




약속 장소에서 UCI로 가는 길은 10분정도 거리 밖에 되지 않았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나는 이런 저런 옛날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로 인연이 끊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는 길의 도로 이름들이 Campus, University Rd, Havard ave, Yale ave.. 등등이다 ㅋㅋ 마치 건대 근처의 도로 이름이 대학로, 연세길, 이화길... 이런 느낌이다. (가끔 미국인들은 도로명을 짓는걸 되게 귀찮아 하는거 같다. 너무 많아서 이해는 가지만...)








UCI 캠퍼스







대학원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거대한 고정익 비행체의 날개를 갖고 주차장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불쌍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시간이 짧아서 UCI의 캠퍼스를 한바퀴 돌고 캠퍼스의 정 가운데에 있는 Aldrich Park 에 살짝 발을 담갔다.


정말 크고 아름답다.











선배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돌아가서 인사를 드렸다. J 선배의 석사 지도교수님 역시 장천현 교수님 이었다. 한마디로 PL 연구실 직속 선배인 것이다. (학부 학번으로는 89학번...;;)

내가 학부 였을때 수업도 하시고 지금은 어엿한 교수로 재직중이신 또 다른 연구실 선배 근황을 물으며 "TW이는 잘 있니? 내 연구실 꼬봉이었는데.. " 하며 깔깔 웃으신다 ㅋㅋㅋ

식당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옛날 허름한 공대 건물에서 밤샘 연구를 하며 잤던 일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며 있었던 일들, 미국에 정착을 하며 취업자리를 알아봤던 일들 등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J선배가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을 할 때 마다 차를 타고 나온다는 쇼핑센터에 위치한 샤브샤브집.
10마일(16km)이 넘게 떨어져 있지만 이 정도 거리는 미국에서 동네 마실이다.



모꼬지라는 샤브샤브집. 한국인 주인이 운영을 한다.
직원도 다 한국인인 듯 하다. (또는 중국인일 것이다)




학번 차이도 많이 났는데 우리는 금새 친해졌다.
J 선배는 상당히 쿨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고학번의 위엄이나 연장자로써의 어려움이라는 건 찾아볼 수 없었고, 상당히 오픈마인드에 나처럼 할말은 다 하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시다.(그래서 대화가 잘 통했다.)

브로드컴에서 시스템 admin으로 근무하시는데, 한번은 회사 내의 다른 사람과 메일로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몇번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상대방의 보스를 cc하고 급기야는 일이 커지자 임원 한명이 교통 정리를 해 주었다고 한다.(결론은 J선배가 옳았다.)
근데 얼마 뒤에 자기와 논쟁 하였던 사람이 회사 전체 메일로 정년퇴직을 한다고 알려왔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나이도 경력도 상관 없어 누가 어떤 일을 하는가에 따라서 직급이 정해진다. 연봉 계약은 당연히 직급 과는 별개이다. 회사 내에 누가 어떤 일을 하든 얼굴 한번 못보는 경우도 허다하고, 정년 퇴직을 한 그 논쟁 상대는 자기보다 직급이 겨우 한단계 위였다고 한다. (직급과 별개로 그 사람은 초창기 때부터 꾸준히 회사에 기여를 하였을 것이고 연봉은 훨씬 많았을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누가 어떤 의견을 피력하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한다.

미국에서 직급은 단순히 그 사람의 역할을 알기 편하라고 붙이는 것 뿐이다. 
상급자에 권한과 책임이 있을뿐 누구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어바인이라는 동네에서 꽤나 오래 생활을 하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아이가 둘이 있으신데,


최근에 또 임신을 하셔서 요즘은 재택근무를 하신다고 한다. (WOW..이게 미국인가...)

육아휴직을 하나 쓰려고 해도 눈치를 봐야 하고 관련 법안 하나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여기선 교장 선생이 모든 사무 업무를 처리하고 직접 아이들 부모와 면담을 한다고 한다. 
어바인은 특히 학군이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

주례시간에만 잠깐 모습 보이고 장학사만 접대하는 한국의 교장선생과는 또 대조적이다.

교육과 육아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도록 법안이 강력하게 정해져있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의식이 깔려 있는 곳이 선진국이다.

(여기선 스쿨버스도 추월하면 안되고 학교 근처에 괜히 기웃거리다간 현장 체포되기 십상이다.)


어바인 근처의 몇몇 관광지를 알려주시고는 다음 일정을 물어보신다. 샌디에이고로 가서 하루 묵을 예정이라고 하니, 그러지 말고 본인 집에서 하룻밤 묵으라고 하셨다!!!
(네번째 은인이시다 ㅠㅠㅠ 지금 J선배 거실 소파에서 자다가 새벽에 깨서 쓰고 있다.)

내가 진짜 재물운은 없지만 인복이 넘치는것 같다. 언젠가는 다 갚아야 할 은혜이다.
선배는 집 정리를 위해 집으로 먼저 가고 나는 어바인 근처를 돌아다녔다.




어바인은 철저히게 계획된 계획 도시이다. 초기 서부 개척시대(?) 사막이라서 아무도 안올줄 알고 작게 설계를 한 LA다운 타운과는 달리 모든 도로와 집들, 공원이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약속 장소 근방에 거대한 땅덩어리에 한창 뉴타운이 공사중이었다.




네비가 안내해준 길로 가다 보니 공사가 한창이라서 다시 한참 돌아 나와야 했다.

천조국의 공사 현장.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을 넘어 신도시 개발중이다. 역시 거대하다.





공사 현장 근처엔 사람들을 신도시로 끌어 모으기 위해 Great Park라는 거대한 공원(진짜 거대하다)이 있는데, 여기에 거대한 벌룬이 떠 있고 저 벌룬을 타면 어바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마저도 어렵게 찾아갔지만 아쉽게도 예약이 다 차서 타보진 못했다)


역시 끝없이 펼쳐진 Great Park. 작은(?) 동네 운동회가 한창이다.

저걸 타면 어바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주차장으로....






근처에 Alonse Jose 라는 동네는 언덕 동네인데 이곳에도 회사들이 많다고 한다. 호기심에 올라가 봤지만 내가 아는 회사는 없었고 경치는 좋아서 사진 한장을 찍었다.
https://goo.gl/cs6gYt









그리고 나서 133번 국도를 타고  Laguna Beach로 향했다. 133번 국도는 산길을 가로지르도록 되어 있는데, 고불고불한 도로 양옆으로 작은 타운들이 듬성 듬성 있었다.











Laguna Beach에 도착하자 마자 나는 이 해변가의 작은 마을에 매료되어 버렸다.
원래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도로나 집들, 차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 하였다.






아무 생각 고민 없이 살 것 같은 동네 주민들의 마인드를 엿볼 수 있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동네 이곳 저것을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태평양에는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석양을 바라보며 1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었지만, 마을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결국 해가 지고 말았다. 하지만 밤이 되자 마을 분위기는 한층 더 분주해 졌다.
차들은 더 많아지고 사람들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는 등 한껏 들떠 있었다.

라구나 비치 마을의 저녁









우연이 찾은 와인집!!








차를 달려 30분 위치의 Dana Point를 지나 J 선배 집으로 갔다. 언덕(산이라고 하는게 맞겠다)에 위치한 또 다른 한적한 동네인데 이곳도 집들이 참 듬성듬성 있다.

알려준 주소에 도착하고 나서 여기가 맞는지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내 T mobile 유심은 커버리지를 벗어나 버렸다 ㅡㅡ;;
다행히 초인종을 누르니 선배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여기선 Verizon을 써야 터진다고 한다.



선배의 남편되시는 분은 UCI을 졸업한 중국계 엔지니어인데 나와 같은 Nerdy함을 자랑하셨다. 테슬라 출시 몇년 전부터 차를 사자고 꾸준히 선배를 설득했다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공장까지 프로토 모델을 보기 위해 견학을 갔다고 한다 ㅋㅋ 집에는 솔라 패널도 직접 설치를 하고 개러지에는 테슬라 차를 샀을 때를 대비해서 충전 케이블도 구매를 해 두었다고 한다.

첫 모델 S 가 출시되었을 때 가격에 좌절을 하고 결국 가족을 위해 포기를 하였지만, 최근 보급형 모델 출시가 확정된 이후로 다시 행복해 지셨다고...





강아지(?) Ruby. 미국은 큰 개를 많이 기른다. 참고로 10주 된 강아지다;;

레브라도 리트리버는 미국에서 아주 인기 많은 품종이다.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고 영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