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7일 일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1

회사를 그만두기 전 나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꿈의 스탠퍼드여. 저기 센터의 이니셜 S가 내 이름과 같다. 그냥 그렇다고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그동안 미루었던 유학의 꿈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자고 다짐하게 되었다. (학생때는 유학비가 너무 감당이 안되서 진짜 울컥하면서 포기했다)

학교 다닐 시절부터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외국인 유학생들과 같이 연구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일상 영어는 편하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래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귀와 입에 영어를 담지 않으면 다시 벙어리가 되기 쉽상이다. 성인이 언어 능력을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에서는 영어에 노출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억지로 새벽에 TOEFL 학원을 다니면서 3개월간 몸을 혹사시키기도 하고 주말마다 사교 클럽에 나가 처음 보는 외국인 애들과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면 올해 대학원 지원은 못했다.

영어 점수를 만드는 것은 이태원 클럽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 하는 수준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외국인이 미국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TOEFL(또는 IELTS) 점수가 필요하고 GRE(미국인도 봐야 하는 시험이다)라는 점수가 또 필요하다. TOEFL은 어떻게든 강남 학원에서 새벽반을 다니면서 시작할 수 있었지만 GRE는 수요가 별로 없어서 대부분 학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기 힘든 시간대였다. 그래서 올해는 필요한 점수를 준비 못했다.
(사실 이것도 핑계다.... 더 찾아보면 독학으로도 공부할 길이 있었을 것이다. GRE 점수는 계속 누적이 되기 때문에 초반 점수가 너무 낮으면 매우 불리하다고 한다. 그래서 선뜻 겁을 먹었던거 같다.)

어쨌건 내가 대학원을 가려 하는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면 다들 가보고 싶어하는 실리콘 밸리에 가서 경험을 쌓고, 똑똑한 애들이 모여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고 일을 하는지 직접 체험하고 싶어서다.


해외 취업을 알아본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돈이 들어도 유학을 가는게 정석이라고.


박사 과정으로 펀딩을 받지 않으면 $$$ X 나게 많이 든다.
왠만한 캘리포니아 주립대들의 석사 1년  tuition fee가 3~4만불 정도 되니..


미국에서 일을 하기 위한 가장 큰 이슈는 취업 비자 문제가 가장 큰데, 기본적으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분야의 대학원 학위를 받으면 기본적으로 OPT 또는 CPT 라는 워킹 비자를 주기 때문이다. 학교 마다 CPT는 다르지만 OPT는 미국 전국 공통이다. 이는 지원하고 싶은 학교 사이트에 잘 안내되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비자를 받으면 1년 이상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이 기간동안 회사에서 다시 H1B 워킹 비자를 신청해 주며,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계속 데리고 있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로 신청해 준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한달간 GRE 학원에 등록을 했다. 조금 늦게 학원에 등록해서 GRE 공부를 하는 동안 같이 대학원 준비를 하는 스터디 그룹 친구들은 나보다 한참 어린 23~26살의 학생들 또는 졸업생들이었다. 다들 내 나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오히려 내 또래는 선생님...)

대학원 지원 시기를 놓친 만큼 이미 나는 엄청난 시간을 버렸다. 내년에 지원 후에 실제 진학은 내후년이 될테니 2년정도 걸린다. 어찌됐건 미리 준비해 둬야 나중에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을테니...





유학을 안가고 바로 H1B 워킹 비자를 받는 방법은 현지 회사에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다.

상당히 고달픈 과정인데,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외국 회사에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이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일단 영어로 대화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업무를 영어로 설명을 하고 다른 사람이 영어로 지시하는 것을 바로바로 수행해서 영어로 보고를 할 수 있다면 바로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회사에 최종 합격을 해서 비자 스폰서를 구한다고 해도 또 하나의 난관이 있는데 바로 로터리다.
연간 미국 정부가 발급하는 워킹 비자에는 쿼터 제한이 있다. 요즘처럼 미국 경기가 좋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때에는 신청자가 많이 몰리게 되고, 결국 뺑뺑이를 돌린다. 역시 인생은 운칠기삼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내가 이번 시즌에 바로 해외 취업을 도전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이다.

그냥 가서 인터뷰를 보면서 현지 엔지니어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은 그런 기운이 온다.


원래는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간 순수하게 미국 여행을 하려고 계획을 했었다. 하지만 목표가 바뀌고 나서 12월에 여행을 계획 했던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17만원이라는 거금의 패널티를 물고 1월로 미루었다.
미국의 취업 시즌이 졸업 시즌에 맞춰서 보통 10월 부터 2월까지가 피크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크리스마스 시즌~ 연초 까지는 유독 조용하다. 그래서 지난 주 목요일쯤 부터 연락이나 메일도 전혀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미국의 민족 대명절이기 때문에 다 논다.
그 시즌에 가서 나도 마냥 놀다가 올수 만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한숨 돌리는겸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에 리크루터에게 전화가 온걸 못받아서 다시 걸었더니 들뜬 목소리로 자기 지금 퇴근했으니 다음주에 통화를 하자고 한다.  현지 시간이 23일 오후 세시였는데... (아마 내년에 연락 올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올해 가을쯤부터 주위에 같이 해외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과 같이 인터뷰 준비를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취준생을 많이 만들었다. 준비를 하면서 놀란 것은

경력 10년 내외의 40대 취준생이 많았다.

30대는 거의 현지에서 유학중인 학생이었고, 그들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나같은 쥬니어가 회사를 때려치고 바로 준비를 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한민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40대를 넘어간다는 것은 관리나 임원직으로 승진을 해야 한다는 뜻이고 실무자로서의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회사는 가성비가 좋은 젊은 개발자들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정년 이전에 퇴직을 하게 되고 치킨집 테크트리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닌 것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계속 살기 위해서는
해외 취업이 '필수''다

이쯤되서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저 분들과 비교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하찮은 것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에서 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몇년 안되는 경력을 쌓고 바로 미국행을 결정한다는 것이 여간 보통 도박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 때 깨달았다.

워낙 담력이 쎈 편이라 지금은 뭐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도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온라인에 많은 해외 취업 성공기를 공유한 글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경력들이 대단한 분들이다. 그 중에 유학도 안간 쥬니어가 바로 취직을 했다는 사례는 못본것 같다.

그래서 문뜩 내 인생의 일생 일대의 도박 도전을 글로 남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미국에서 엔지니어의 직급을 나타내는 순서는 아래와 같다.

Entry(신입, 1년차) - Engineer I - Engineer II - Engineer III - Engineer IV - 이렇게 올라가다가 보통 8~10년차 개발자들은 Senior Engineer 가 붙는다.

Senior Engineer는 실제로 팀을 리드하고 프로젝트 하나 이상을 책임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책임 연구원(차장~부장)급이다.

나는 한국에서 직급이 대리였기 때문에 Junior Software Engineer 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취업 준비'이다.

리크루팅 사이트에 올라오는 잡 포지션엔 Junior를 명시하는 일은 별로 없고 그냥 Software Engineer를 구한다고 한다. 상세 설명을 보면 대충 몇년 정도의 경력을 요구하는지 나와 있다.

특별히 Senior를 원하는 포지션은 Senior Software Engineer 라고 명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