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일 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12 연장전

여행의 막바지에 접어든 이 순간에도 내 메일함은 끊임없이 리크루터들의 스팸메일과 Job board 서비스들의 추천 채용 공고로 가득차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무심코 지원했던 몇몇 스태핑 회사 중에 한군데에서 정성스럽게(?)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고, 나는 내 이력서를 보내준 다음 직접 방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마침 그날 따라 그 회사가 위치한 산호세 근처에 볼일이 있었고, 그 회사가 보유한 고객사가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 했으니 관련 있는 회사들 정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마냥 놀수는 없지 않은가?)


포기하면 편하긴 하다




스태핑 회사는 직원들을 고용하고 월급을 주면서 다른 회사에 계약직으로 파견을 하면서 고객사와 계약하는 인건비의 차액으로 수익을 내는 회사이다.
고객사에 계약직으로 파견을 하기 때문에 연봉 기대치보다 조금 낮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스태핑 회사라고 들어가기 쉬운건 아니다. 스태핑 회사도 사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채용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보통 스태핑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고객사로 이직을 많이 한다고 한다. 고객사 중에 인력 수급이 급한 대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스태핑 회사는 인도인들이 운영을 하고 상주하는 직원도 인도인이다. 편견을 가지면 안되지만 인도인 스태핑 회사는 직원들을 좀 막 대하고 대뜸 사전 약속도 없이 전화 연락이 오는 리크루터들도 대부분 인도인이고 무례한 애들이 많다. (혹자는 그렇게 콧대가 높은 무례한 인도인은 인도 사회에서 계급이 높은 귀족일 확률이 크다고...)


회사에 도착해서 알렉산드라를 찾으니 아담한 체구에 살짝 태닝한 듯한 피부색의 커리어 우먼이 나를 맞아준다.
근데 이 곳은 인도인이 한명도 보이지 않고 Native 들이 대부분 이었다.

알렉산드라 말로는 자기들은 다른 경쟁사들처럼 무작위로 연락을 하지 않고 1:1로 컨택을 해서 고객 정보를 프로파일링 해둔다고 한다.

내 이력서를 보고는 어찌나 질문들이 많은지 기술셋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질문하면서 프린팅해 둔 내 이력서 위에 열심히 밑줄을 그어댄다. 심지어는 가장 자신있는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확인할 정도였으니..

전에 있는 회사에서 무슨일 했어?

가장 잘하는 언어가 뭐야?

넌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니,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니? (이런 질문은 의외다)

너 OS뭐 다뤄봤어?


내 예상대로 이 회사는 전자회사나 자동차 회사 쪽 고객들이 많이 있었다. 테슬라나 애플 등이 주요 고객사였고, 알렉산드라 말로는 내가 드론 연구를 했던 경력이 흥미롭다고 한다. 그러면서 팔로 알토에 DJI(전세계 드론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제조사) 연구소가 들어와 있으니 관심이 있냐고 하더라. 이런 정보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음 기회에 일을 할 수 있는 신분이 되면 알아봐야겠다.


거의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신분 문제를 묻더니 알렉산드라의 안색이 좀 안좋아 진다. (표정 관리 연습좀 해라)


나도 H1B 스폰서 찾기 어려운거 알아. 근데 나 곧 여기서 학교를 다닐거고 1년 이내에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거야. 그 때 너한테 다시 연락할게.

그러더니 알렉산드라는 나와의 시간이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또다시 다른 내용들을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나름 소스가 좋은 스태핑 회사를 알아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이 회사의 고객사도 확인하였고, 다음 기회를 위해 씨를 뿌려논 셈 치자.
주차비 지원을 안해준 것만 빼곤 괜찮은 경험이었다. 구두쇠들..




최근에 리크루터로부터 또 하나의 메일이 왔다.

애플이다.

애플과 아마존, 이 두 회사는 참 연락을 많이 한다. 블로그에 적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에서도 메일로 status를 확인하고 인터뷰가 중단된 적도 있다. 작년에는 애플이나 아마존에서 연락이 오면 마냥 두근 거리고 궁금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이렇게 자주 연락이 온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많은 직원들이 떠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애플은 아직까지 시총 1위를 유지하는 괜찮은 회사이지만, 회사가 성장 동력을 잃어 버렸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경영진이 발 하나 삐끗하면 언제 lay off 바람이 불 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대규모 레이오프가 일어난 후 차세대 성장 동력을 위해 투자를 하기 시작할 것이고 아마도 그 중 하나는 전기 자동차일 것이다. (요즘 애플카 만드느라고 테슬라에서 인력을 많이 뺏어 온다. 반대로 테슬라도 애플로부터 인력을 많이 빼간다.)

어떻게 보면 인력 구조의 선순환 이라고 볼 수 도 있고 실리콘밸리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고 싶으면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며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애플이 무조건 근속 년수가 짧은 회사라고 할수는 없다. 지인 말로는 애플에도 18년씩 근무하고 있는 초창기 멤버도 있다고 한다.


근속년수에 대한 말들도 많고 의견들도 많지만 분명한 것은

실리콘 밸리에서 근속년수가 짧은 것이 절대로 단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경력으로도 인정해 준다. 인턴쉽, 오픈소스 활동, 개인 프로젝트, 입상 경력 등이 있으면 지원하는 회사와 연관성이 있는 무엇이든지 어필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서 한 회사에서 6개월 정도 다니면서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들고 나온적이 있는데 경력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아무튼, 이번 시즌에서는 아마도 애플과의 마지막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반탐이라는 애플 리크루터와 메일을 주고 받았고 월요일 아침에 전화 약속을 잡았다.

사실상 인터뷰 기회는 없을 줄 알았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어쩌면 한국에서도) 몇 번의 인터뷰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한발 남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회심의 한발을 날리는 원빈을 보니 현재의 나를 보는거 같다.


그만큼 일자리는 많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에 만족해야 하려나... 내 일자리는 없지만...




예전에는 리크루터와는 메일로만 주고 받고 실무자와 폰 스크리닝을 했었는데,
이번 인터뷰는 리크루터가 먼저 전화를 해서 general 질문들을 했다.


처음 통화를 하면서 이 포지션에 대해 궁금한게 없냐고 질문부터 하라고 한다...



너 예전에 회사는 왜 더이상 일을 안하니? (짤렸는지를 묻는거 같다)

내가 그만뒀어.

예전 회사에서는 무슨 일 했니?

영상 보안 장치 어쩌구 저쩌구..


마지막에 결국은 visa status 를 묻고는 자기들은 바로 일할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나는 곧 학교를 갈 거고 1년 이내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테니 그 때 다시 지원하겠노라고 하고, 내 이력서 list up 해두는걸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는 통화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