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3일 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11 Last Interview and..

애플 인터뷰를 망친 이후 더 이상 인터뷰 연락도 없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던 중, 잊고 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마 지난주 였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이 회사의 인터뷰어는 사전 연락도 안하고 다짜고짜 기술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다.
(점심을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살짝 졸립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나중에 전화하라고 했을걸 그랬다)

아무튼 연락이 온 그 회사는 동네 지인 H님이 다니던 회사에 레퍼럴을 해 주셨었는데, 꽤나 규모가 있는 네트워크 방화벽 솔루션 업체였다.

인터뷰어는 다짜고짜 형식적인 지원 동기와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기술적인 질문들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음, 이분도 인도인인가.. 발음이 확실히 인도인이다.)

내가 평소에는 잘 쳐다보지도 않는 커널 레벨에서 커널 API를 이용한 몇가지 문제 해결 방법을 묻더니, 시스템 아키텍처와 관련된 질문들도 몇개를 하였다. (평소에 커널에 관심 있지 않은 이상 커널 전문가가 될 순 없다)

뭐 예상했던대로 인터뷰는 30분정도 걸렸고 거기서 종료되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나는 조금 궁금하기도 해서 인터뷰어한테 질문을 했다.



근데 나 너네팀에 지원한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연락을 했니?

음, 몰라 그냥 HR팀이 니 이력서 나한테 던져주길래 연락했어.

그래? 근데 원래 사전에 연락도 안하고 이렇게 기술 인터뷰 하는게 일반적이야?

응 우린 그래.



내가 블로그에 일일히 다 적지 않았지만 평소에도 전화 연락은 꽤 많이 받았다.
대부분 다짜고짜 전화를 하는 리크루터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회사의 실무자가 연락을 해서 기술 인터뷰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


음, 뭔가 급하게 사람을 찾는거 같은데 이렇게 갑작스런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있다니..
사실 포지션이 뭔지도 잘 몰랐고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어서 인터뷰 내내 집중이 잘 되지도 않았다. 흥미를 잃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사실 애플 인터뷰 이후에 이렇다할 인터뷰를 본 적도 없고 확실히 2월 중순이 지나가고 나니 연락이 오는 횟수도 꽤 줄었다.

그리고 근 며칠사이에 rejection메일을 한 서너통 받은 것 같다. 예전에 지인을 통해 레퍼럴을 받았던 GoPro나, 리크루터가 연락을 해서 지원을 했던 업체에서도 모두.



미국에 온 지 6 주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인데,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경험들을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에는 취업이 힘들다


처음부터 힘든 도박 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섣부른 포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쥬니어 개발자가, 그것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의 비자 스폰서를 구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미국은 완벽한 자본주의 이기 때문에 공짜는 없다.
이곳의 장점을 누리면서 일을 하고 싶으면 이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


실리콘벨리에 취업을 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의 상당수를 투자해서 쌓은 경험을 가진 노련한 개발자 이거나
 (이곳에 수요가 있는 분야로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사람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해서 기여를 했거나
(기여를 했으니 본사로 소환해 줄게)

특출난 능력이 있거나 
(오픈소스 커미터, 괴물같은 연구 업적,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기술 등)

이곳에서 공부를 했거나
(미국의 학교에 많은 돈을 내거나, 오랜시간 학생 신분으로 연구에 기여를 한 댓가다)



그래서 첫 술에 배부르려고 했던 나는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이 문장을 쓰기 참 오래걸렸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서 남은 것은 분명히 있다.

지난 3년간 회사에서 회사를 위한 일을 해오면서 나는 점점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리콘벨리에 있는 회사들을 찾고, 지원을 하고 인터뷰를 보면서 현지의 분위기와 트렌드, 시장 수요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과 지인들을 다시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이건 분명 한국에만 있었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었던 인생의 중요한 변화이다.


변화는 좋은 것이다. 살면서 미친척 수백만원씩 써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