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1일 월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해외 취업 준비 #3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면접은 아래와 같은 절차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폰 스크린 인터뷰 : 니가 뭐하는 사람인지,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볼게
코딩 인터뷰 : 니가 코딩을 얼마나 잘하는지 볼게. 그리고 영어로 얼마나 설명을 잘하는지..
On-site 인터뷰 : 널 보고 싶어.. 물론 테스트도 할거야. 영어로


나는 아직 코딩 인터뷰조차 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세차례 정도 폰 스크린 인터뷰를 봤고 이제 몇주전 끔찍했던 경험도 같이 공유하려고 한다.

첫번째 폰 스크린은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급작스럽게 걸려왔다. 당황 스러웠다. 보통은 이메일이나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먼저 하고 통화가 언제 가능한지 일정을 조율한다.

일단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이는 많아 보이지 않았고 말투도 그냥 친구한테 걸듯 자연스러웠다. 자기 회사는 이런 회산데, 들어본적이 있냐고 한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사실 잘 못들었다) 먼저 회사 설명을 한다. 스타트업이고, 구글 투자를 받았고 비디오 기반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oh, yes, great 를 남발하며 경청했다. 뭐 아무튼 관심있냐고 하길래 아주 흥미롭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소개팅도 일단 무조건 관심 있다고 해야 성사가 된다.

자기 소개를 해보란다. 당황스럽지만 지난 몇 년간 뭘 했는지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비디오 관련 경력을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너무 시스템 소프트웨어나 제품 개발 관련 업무들만 즐비하게 늘어놓은거 같다.)

특이한 점으로는 지금 연봉이 얼마냐고 묻더라. 여기서도 한번더 실수를 했는데, 내가 한국에서 일했기 때문에 미국 대비 연봉은 그리 높지 않다고 대답했다. 묻는데 대답만 할 걸 그랬다...

그리고 나는 지금 work authorization이 없다고 하였다.

H1B 비자를 새로 신청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아주 흔쾌하게 그런건 걱정 없다고 했다. (우와... 역시 구글에서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뭐가 다르네. 아마 구글 내에 오피스가 있을듯 하다)

아무튼 약 6분간의 통화가 끝나고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 한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나름 재미 있었다. 채용 담당자는 아주 바빠 보였다. 그냥 이력서를 보고 불시에 전화를 해서 걸러내는 듯 했다. 그리고 나와 통화를 하면서 수화기 너머로 타이핑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내가 1월부터는 미국에 있을거라고는 했는데, 다시 연락이 올지는 모르겠다. (한달이 지난 지금 아직 연락은 없다.)



두번째 폰 스크린은 FPGA 로 유명한 대형 반도체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작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이력서를 던진 기억이 나는데, 며칠뒤에 바로 링크드인으로 채용 담당자가 연락을 해 왔고,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재중 통화가 와 있었다. 다시 전화를 하니 안받는다... 또 전화를 하니 채용 담당자가 받았다.

"나 스티브인데. 전화 했지?"
"오 스티브 하이, 반가워. 근데 나 지금 퇴근했어. 담주에 연락해도 돼?"
"어.. 그래 물론이지 메리크리스마스"

현지시각 23일 오후 3시였다. 뭐.. 휴가 쓰고 일찍 가는 길인가 보다. 하여간 크리스마스는 미국의 민족 대명절이다. 보통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휴가를 꽉꽉 채워서 새해부터 출근을 한다. 가족들이랑 몇주씩 여행을 가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분위기가 부럽다.

근데 여기서 나는 또 실수를 저질렀는데, 몇시에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다.

다음주에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다시 새벽에....

그리고 난 (바보같이) 잠결에 전화를 그냥 받아 버렸다.

"안녕, 여기는 어디어디야. xxx xxx고 xxx 해서 걸었어. 지금 통화 가능해?"
"what? sorry uh.. um yes"
"어.. 음 그래 xxx인데 설명좀 해줄래?" (motivation이란 말을 했다. 지원 동기를 물어본 것이다)
"uh..? um.. yes, uh.."

잠결에 폰스크린 면접을 보는건 내가 생각해도 웃긴 짓이었다 ㅋㅋㅋㅋ
나는 뭐라고 한지 기억도 안나고 통화가 끝나고 나서 그냥 짜증이 나서 자버렸다.

늦은 오전에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천장을 향해 이불킥을 시전했다.

그때 나는 세시간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일어나자 마자 하울링이 섞인 수화기 너머로 중년 남성의 낮고 빠른 톤의 영어 듣기를 하는건 한국에서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온 나에게는 아주 최악의 인터뷰였다. 의도도 많이 놓쳤고 발음도 부정확했다. 그 후로 밥 한테는 다시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세번째 폰 스크린은 내가 지원도 하지 않은 회사에서 내 이력서만 보고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해 왔다. 이 귀여운 여성 리크루터는 친절하게 InMail로 회사 소개를 하고(역시 스타트업 이다) 우린 투자를 많이 받았으니 관심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몇번의 메세지를 주고 받고 통화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이번에는 오후 네시(태평양 표준시 기준) 이후에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정확히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 5분에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그 전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간단히 세수를 한 다음 전화를 기다렸기 때문에 이번엔 수월하게 대화가 오고 갔다. 아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노트 테이킹도 하였다.


"안녕 승화. 난 xxx에 메기라고 해. 반가워(한국 이름을 조금 어색하게나마 발음해 줬다)."
"응 안녕. 이야기하게 되서 기뻐."
"우린 빅데이터 분석 회산데 스탠포드에서 지원을 받고 있고 엔지니어는 25명정도 있다? 투자도 받았어. 자기 소개좀 해줄 수 있어?"
"응 난 뭐했고.. 뭐했어... 그 회사 되게 흥미로운데? 참, 거기서 어떤 분야 엔지니어를 찾니?"
"아~ 우린 다양한 분야에 엔지니어들이 필요해."
"그렇구나~"
"응 근데 너 지금 Bay Area에 있니?"
"아, 아니 나 지금은 한국에 있어. 담주에는 미국에 있을거야."

"Oh, and then.. do you have work authorization in U.S?"

대부분의 면접은 여기서 끝나고 만다. 인력을 구하기 힘든 스타트업들은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워킹 비자를 지원할 여력은 거의 없다. 뭐 어쩔수 없다.

"아니.. 나 없어 H1B 비자 새로 신청해줄수 있니?"
"오~ 미안해.. 우린 아직 그럴 여유가 없어"
"응 알아, 이해해. 이건 늘상 있는 일이지. 아무튼 이야기해서 반가웠어. 나중에 너네 회사에서 다른 포지션 생기면 연락줘.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
"하하 당연하지. 알았어"
"응. 해피뉴 이얼~ 메기"
"하하하하 유 투, 승화"


스타트업 회사들의 사람들과의 통화는 왠지 마음이 편하다. 친구랑 이야기하는 거 같은 기분이랄까? 특히 마지막에 메기라는 여자는 말투가 형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회사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일까, 아니면 미국의 기업 문화가 그런 것일까?

반면 두번째 (오래되고 큰)반도체 회사의 채용 담당자와의 통화는 (잠결에)잘 못들었지만 형식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말 그대로 면접 느낌이 났다.


폰 스크린 말고도 메일이나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을 몇번 받기도 하였다.

메일로도 work authorization을 물어보고,
없다고 하면 역시 거기서 채용 진행은 중단된다.


역시 비자가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서 큰 회사들에 합격을 하는 것이 안전한 길이고 그것 보다 안전한 길은 유학이다.

뭐 그래도 기왕 시작한거 즐겨보기로 하자. 내돈 내고 떠나는 여행이 즐거워야지, 스트레스로 꽉 차 있으면 되겠는가? 이제 내일이면 미국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