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4일 금요일

쥬니어 개발자의 미국 여행기 #10 Startup Grind 2016

Jennifer 를 처음 만난건 이곳 실리콘 벨리에 온지 둘째 주쯤 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인맥을 넓히기 위해, 그리고 영어 스피치를 꾸준히 하기 위해 써니베일에서 가장 가까운 토스트마스터즈(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비영리 영어 스피치 모임이다) 모임을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Startup Toastmasters 클럽이었다.

제니퍼는 Startup TM의 회장이었다. 이 매력적인 베트남 아가씨는 150cm정도 밖에 안되는 키에 굉장히 날씬한 체형이지만 전형적인 남방계 미인형 얼굴에 살짝 태닝한 듯한 건강한 베트남 피부색을 가진,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사업가였다. 실리콘 벨리에 있는 몇몇 대학교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데,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그 학교에 학생들을 유치하도록 돕는 홍보 회사였다. 일종의 학교 리크루팅 사업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클럽에 매주 나갔는데 제니퍼가 나를 굉장히 좋게 본 듯 하다.
그래서 이것저것 회사나 학교 정보도 알려주는 등 굉장히 도움을 많이 주었으며, 그녀의 친절 중 하나는 나에게 Startup Grind 2016 이벤트 티켓을 준 것이다!
여태껏 나는 여기에 취업준비와 여행을 하러 왔지 이런 큰 이벤트에 돈을 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관심도 갖지 않았었다. 근데 공짜표라니..!! 안갈 이유가 없었다.


나한테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오해할 법도 한데,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미 약혼자가 있는 품절녀다... (그럼 그렇지..)
나한테 잘해준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런 듯 하다. 내가 유일한 한국인 친구라고. 제니퍼의 엄마가 한국을 굉장히 좋아 하고, 자기도 겨울 연가나 가을 동화 같은 한국 드라마들을 너무 좋아한다고.. 아무튼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은 굉장히 이미지가 좋은 나라다.


제니퍼 이야기로 서론이 길었는데, 이벤트 당일 아침을 먹고 평소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 위해 차를 몰고 레드우드 시티로 향했다.

Redwood City(레드우드 시티)는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만 안쪽 해변에 가까운 도시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들과 스타트업도 많고 (실리콘벨리에 스타트업 없는데가 어디있겠냐만), 이북 북쪽으로는 샌프란시스코, 남쪽으로는 팰로알토와 가까워서 굉장히 입지가 좋은 곳이다. 여기에서 유명한 회사중 하나로는 에버노트가 있다.

Startup Grind 실리콘벨리 2016은 레드우드 시티의 브로드웨이 거리에 위치한 Fox Theatre에서 열렸다.

브로드웨이 거리는 역시 영화의 거리였다. 밤에 영화를 보러 오면 정말 멋있을 것 같다!

근처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이벤트 장소로 가니 네임택을 받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모퉁이를 돌아..

저기를 지나서 또 한번 맞은편으로 이어진다.




Fox Theatre





극장은  메인 스테이지로 연사들이 발표를 하는 장소로 쓰이고
극장 맞은편에 이렇게 텐트를 쳐놓고 여기에 스타트업 부스들과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멍때리고 있는데 뒤에서 수다스러운 여자가 쉬지 않고 옆사람과 말을 하고 있다.

근데 얘가 대뜸 나한테 말을 건다.


헤이, 넌 어디서 왔냐?
(어쭈?) 어.. 난 한국에서 왔고 여행중이야. 넌?

우와~ 그래? 난 중국에서 유학왔고 Winnie라고 해. 여기 옆에 이 남자는 일본에서 왔대.

(아는 사이가 아니었나? 알고보니 그 두사람은 일행도 아니고 이 수다스러운 여자애는 처음보는 일본인한테 말을 걸었다가 나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아무튼 우리 동아시아 삼인방은 그렇게 네임택을 받을때 까지 수다를 떨었다.

일본인 아저씨는 제법 피지컬이 있는 몸집에, 나보다 더욱 훨씬 더 격렬하게 Nerdy함과 덕후 아우라를 뿜지만 굉장히 똑똑해 보이는 엔지니어였고 자기가 다니는 회사는 우주 쓰레기를 청소할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하는데, 투자자를 구하려 이곳에 왔다고 한다!!
스.. 스고이. 아톰과 건담의 나라데스까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또 회사 로고가 박힌 후드를 입었다.

멋진 일을 하는 회사 AstroScale
얼마전 JTBC 에서도 소개된 회사다!



Winnie는 살짝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외모에 평범하면서도 어딘가 매력적인 전형적인 중국인 특유의 얼굴을 하고 있다. 화장은 거의 안 하긴 했는데 평소에 자주 하는거 같지도 않다. 뉴욕 주립대에서 석사를 하다가 이곳에서 스타트업 그라인드가 열리길래 참석하기 위해서 어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한다.. 대단한데? 


일본인 남자는 사교성은 없었다(나는 남자 이름은 잘 기억 못한다). 네임택을 받고는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그 수다쟁이 중국 아가씨랑 투어를 하다가 헤어졌다가 또 같이 점심을 먹었다 헤어지면서 각자 이벤트를 즐겼다.


뭐, 일일히 세션 내용을 정리한다거나 스타트업 부스를 정리한다는 짓은 굉장히 귀찮기 때문에 여기에 내가 본 스타트업들 사진을 나열해 본다. 모든 설명을 붙이진 않았다.

눈에 띄는 홈 CCTV 스타트업. 마케터와 제품 매니저가 한국인 이었다.
내가 영상 보안 장치 제조사에 다녔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통했다.
난 지금 워킹 비자가 없으니 나중에 지원하기로 하고 이력서를 보내주었다.








누군가는 IoT를 하긴 한다.. 잘 안보여서 그렇지.
흥미로운 점은 이제 디바이스 제어의 UI도 최신 웹기술 트렌드를 따라간다는 점.










블랙박스 스타트업.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CEO랑 이야기를 하니 엔지니어는 죄다 러시아에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에 차량 파손 후 물건을 훔쳐가는 범죄가 많긴 한데 시장성이 있을진 모르겠다







뭐 이렇게 세션도 듣다가 졸기도 하고..





이야~ 저녁밥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줄은 몰랐다. 밥먹을때 되니 엄청나다



원래 저녁에 파티를 열고 맥주와 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수 있는데, 나는 저녁 약속이 미리 잡혀 있었고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또띠아만 먹고 나왔다..ㅠㅠ




둘째날.

사실 늦게 일어나서 가기 굉장히 귀찮았는데, 할일도 없고 차 빌린게 아까워서 일단 와봤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고.. 몇개 부스가 바뀌었다. 어제랑은 다른 스타트업들이 와 있나 보다.



패기 보소



이건 회사의 가치를 평가해 주는 빅데이터 기반(빅데이터는 다 같다붙인다)
주식 도우미 서비스이다. 현재 주가와 자기들 지수를 비교해서 회사가 Overvalue 되었는지 Undervale 되었는지 등을 알려준다.




점심시간 도시락.
유료 이벤트라 먹거리가 참 잘 제공된다.




야외 테이블에 빈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노트북을 두드리다가 말을 걸었다.

자기를 Skybell이라는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방문자를 카메라로 찍어서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스마트 Bell을 팔고 있다고 한다. 어제 본 RemoBell 과 비슷한데, 훨씬 작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아마존에 실제로 파는 제품이었다!

Skybell
이런 IoT 기업들에 관심이 많은데 이런 우연이..!



앤드류는 자기 회사와 제품 이야기를 하고 Indi gogo(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에 제품을 공개해서 투자금을 모을 생각이라고 한다. 앤드류는 디바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의 어려웠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방금 아마존에 검색해 보니 아마존 에코와 Nest 제품과 묶어서 파는 옵션이 있다. 아마 연동이 되나보다.

역시 실리콘 밸리에 IoT 스타트업이 많이 있구나..


문뜩 수다쟁이 위니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는데 어떻게 또 날 발견하고 바로 걸어온다.
벤치에 앉아 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세션이나 듣자고 메인 극장 스테이지로 들어갔다.


마침 미국의 이민자  인력에 대한 세션이 뙇!!
우리는 왠지 경청을 해야할것 같았다.


저 Ron이라는 할아버지 엔젤 투자자는 꽤나 유명한 사람인듯 한데 미국 내에 이민자들의 어려움, 또 그들을 채용하는 스타트업의 어려움, H1B 비자의 문제점, 미국이 처한 상황 등을 설명하며 열변을 토했다.

론은 한해 미국에서 엔지니어 졸업생 수가 9만명 정도 되는데, 수요는 매년 30만명씩 필요하다는 것(숫자가 틀렸을 수 있으니 다시 알아봐야겠다)을 언급하며, 워킹 비자 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세션 내내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이따금 들렸다. ㅋㅋㅋ

론이 US Citizen이 아닌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을 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그렇다 실리콘벨리는 미국인에 의해 돌아가는 도시가 아니다.



스타트업 그라인드의 세션 동영상은 유투브에 공개가 되어 있다.
https://www.youtube.com/user/StartupGrind/videos


역시 유명한 스타트업 이벤트 답게 내노라 하는 스타트업, 기업, 투자자들이 모여들었고, 여러 세션들을 통해 아이디어와 의견을 공유해 주었다.

나름 간만에 실리콘벨리 다운 투어를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