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0일 수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5. Agile 그리고 Scrum


지난 10월의 어느날.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 날씨는 맑음.

약간 늦은 잠을 깨서 따사로운 커튼 사이의 햇살을 받으며 직접 만든 브런치를 즐길 때의 사진이다.




좋은 천연 버터와 유기농 계란을 섞어 휘저으면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훌륭한 음식이 된다. (인터넷으로 뉴질랜드 앵커 버터를 3~4개 주문하는걸 추천한다 100% 유기농에 가격은 시중 국산 가공 버터와 비슷하다!)
원룸으로 이사를 한 이후 왠만하면 기름에 튀기는 음식을 하지 않으려고 팬도 치웠기 때문에 요즘은 냄비에 버터를 녹여 영국식 스크램블 에그를 즐겨 한다. 팬에 할 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구수한 식빵에 얹어 먹어도 좋고 심심하다 싶으면 소세지를 삶아서 입맛을 돋구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커피는 내 소울 푸드인데 직접 빈을 갈아서 한땀 한땀 장인 정신으로 최순을 다해 내려 먹는다.
수년간 다진 brewing 기술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와도 함부로 내려주지 않는다.

갑자기 먹방 블로그가 됐는데, 아무튼 스타트업의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주말의 여유 정도는 좋지 아니한가?

요즘 소프트웨어 개발 용어들 중에 음식과 관련된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는것 같아서 그냥 끄적여 봤다. baking 이라던가 brewing, cherry pick.. 

과거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용어들 architecture, compile, build 등이 건축 용어에서 따온 convention이 있곤 했는데 아재 냄새 안나고 신선한 것 같다.
프로그램을 말아서 넣다..는 어디서 온걸까?
















곰탕을 말아 먹다 에서 따왔나? 크흡..


근데 이런 여유도 10월까지였다...
1달 1포스트를 목표로 했지만, 11월에는 글을 쓰지 못할 뻔 했다. 정말 전쟁같은 11월이 지났고, 어느덧 일년의 마지막 달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토요일 마다 자꾸 광화문에 갈 일이 생겨서 글을 쓸 시간을 더 빼앗겨 버렸다.













오랜만에 거리의 행위 예술을 즐기니 마음의 양식을 먹은 것 같다.
곧 신제품 출시다, 다들 힘내자! 하야!!

아름다운 시구어는 마음을 울리고

이렇게 조형 예술도 보고






그래도 그 와중에 우리팀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신제품 런칭 준비에 한창이다!




요즘 부쩍 잡설이 길어진거 같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 (드디어..)

오늘은 애자일과 스크럼에 대한 짧은 의견을 적어보고자 한다.
스타트업에 와서 느끼는 한가지 큰 변화는 속도이다.


아 물론 어딜가나 모든 회사는 속도를 중요시 하긴 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회사들은 근면 성실 부지런함이 국민성이라고 세뇌시켜 밤낮으로 개발자를 갈아서 제품을 만들다가 몇명 등대에서 떨어져 죽어도 그러려니 하기도 한다. (작금의 사태를 비꼬는거 맞다)

누군가의 무능으로 효율성이란 것을 잃어버린 거대 조직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고통을 분담하여 청춘이라는 대출을 받아 메꾸는 것이 best way without thinking 아니겠는가? 



근데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속도는 변화 속도이다. 큰 조직들에 비해 조직이 작은 신생 기업들은 구성원들 간의 단결력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변화 속도'가 장점이다.

그래서 많은 스타트업들 뿐만 아니라 큰 회사들의 팀 단위에서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민첩하게 제품을 내놓기 위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을 도입하곤 한다.



우리 엔지니어 팀도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다. 애자일 개발 방법론 중에 여러 방법론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스크럼인 듯 하다. (사실 뭔지 잘 모른다)






Agile 이 뭔가? 민첩한 것 아닌가?
팀원 모두가 하나의 공통의 Goal 을 향하고, 형식적인 계획이나 문서화를 최소화 하고, 기민하게 적응하며, 빠르게 적용하고, 버리고, 바꾸고, 잦은 리뷰와 소모적인 회의를 피하고, code-oriented 한 개발을 지향하는 것이다.


간혹 많은 사람들이 애자일의 의미를 잘못 오해하고 있는데 민첩하다고 해서 계획을 빨리 세우고 빨리 만들어 제품을 출시 하라는게 아니다. (그건 그냥 Press 다.... )

솔직히 애자일에 대해 책을 제대로 정독한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 
다만 실전에서 느끼는 바를 짧게 적자면 애자일의 핵심은 빠른 개발이 아니다.


애자일은 빠른 변화, 빠른 적응을 의미한다.
(그래서 잦은 대화가 필수)





애자일 방법론 중 유명한, 우리 팀이 활용하고 있는 스크럼의 '형식적인' 방법론을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 (그냥 내가 본 것 들은것 느낀것을 나열한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들이다)


Sprint 라 불리는 반복되는 개발 주기가 있고(보통 30일을 추천) 이 기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정하는 Planning meeting 을 갖는다. 태스크들을 모아놓은 것을 Backlog 라 부르며 여기에서 스프린트 동안 할 일들을 골라서 계획을 세운다.

Planning meeting 에서 정한 태스크들은 Sprint 내에 모두 완료해야 한다. 모든 것이 구현되고 검증까지 완벽하게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태스크만 스프린트에 넣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모든 팀원들이 각자 자기가 할 일을 정하고 포인트를 매겨서 이번 스프린트가 얼마나 빡세질 것인지를 계산해 둔다.

스크럼 보드에 태스크들을 나열 하고 3단계~5단계로 나눠 진행 상황을 팀원들과 공유를 한다.
원칙적으로 Sprint 도중 다른 태스크가 인터럽트 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역할을 스크럼 마스터가 한다. (총알받이가 되어 욕을 먹으라는 이야기다)

매일 일정 시간 동안 매우 짧은 (15분 내외) 스크럼 미팅을 정하고 그 전날 했던 내용, 이슈, 그 날 할 일들을 팀원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크럼 마스터는 각자의 태스크를 스프린트 내에 수행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스프린트를 서포트 한다


미드 실리콘 벨리의 한 장면. 스크럼 보드에 덕지 덕지 쌓여 있는 태스크들



내가 6월에 조인 하고 나서 20번이 조금 안되는 스프린트를 돌았던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팀은 유독 스프린트 주기가 2주에서 4주 정도로 짧은 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크럼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별로 없는듯 하다. 그만큼 애자일이 힘들다.

나같은 펌웨어 엔지니어들이나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에게는 애초에 생소할 수 밖에 없는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도 스크럼 회의론은 많이 나온다.



그럼 왜 그렇게들 애자일에 실패 할까?


일단 빡세다



사실 실체가 없는게 애자일의 핵심이 아닐까. 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책들이 많은데, 그거 읽는다고 팀 생산성이 좋아지나?

정답이 없으니 flexible 하고
정도가 없으니 adaptive 한것 아니겠는가?


앞에서 '형식적인' 방법론 이라고 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방법'론'은 말 그대로 theory 다. 

실전에서 애자일이 좋다더라.. 해서 도입하려고 하면 뭔가 도입을 해야겠다는 강박 관념 때문에 애자일 망령에 빠지기 쉬운데 그러다 보면 실제 할일을 해내기 보다 스크럼을 위한 스크럼을 하게 된다.


어쩔때는 daily standing meeting 이 무의미하기도 했고 (딱히 공유점도, 이야기를 나누는 보람도 없는), 다들 over pace 스프린트를 마치고 나면 스프린트를 마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소모적인 회의를 피해야 하는데 팀원이 많아지고 할일이 많아 지면서 회의가 2~3시간씩 길어지기도 했다. 연속적인 스프린트 강행군으로 팀원들의 피로가 쌓이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대화를 하며 고쳐 나가곤 했지만 아직은 모두가 서투른 것이 애자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 며칠 전에 끝마친 우리팀의 Sprint Burndown Chart.
회색이 가이드 라인 속도이고 붉은 색이 실제 우리가 진행한 속도이다.
항상 그렇듯.. 숙제는 마지막에 몰아서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로 애자일은 (임베디드 엔지니어인) 나를 너무 힘들게 하긴 했다.

일단 우리 팀의 스프린트 주기, 즉 배포 주기는 펌웨어 소프트웨어 배포 주기에 비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며칠 만에 하나의 서비스 프로토타입 내지 기능을 뚝딱 배포하기도 하는 서비스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펌웨어는 배포의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기능 별로 유닛 테스트를 할 수는 있지만 배포가 됐다고 할수는 없다. 

생산성 최악의 언어(?) C 를 사용하는 것과 개발 환경이 그지 같다라는 것은 둘째 치고, 예상치 못한 하드웨어 이슈들과 시스템 이슈들이 겹치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이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하나의 이슈를 처리하는데 원인 분석에만 한달이 걸린 적도 있다!


그리고 시스템이 커지면서 모든 팀원들이 feature implementation 보다는 trouble shooting 에 소모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실 세상 모든 이슈가 계획된 주기(스프린트) 내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된다. 그래서 나름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스크럼의 가이드 라인은 권장 사항으로 이해하되 그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라고 자기 최면중...)

공통의 목표에 맞춰서 스케쥴을 지키되, 각자의 개발 및 결과 도출 주기를 존중해야 한다.

다른 팀(또는 회사)와 우리 팀을 비교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pace 가 있다

애자일 보다 팀웍이 우선!



개인적으로도 애자일은 여전히 생소하며, 아직도 팀 내에서 스크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애자일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매 번의 Sprint 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바라보고 거시적인 Marathon 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2016년 11월 5일 토요일

임베디드 엔지니어의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생존기 #4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궁금해?


2016년 10월의 마지막 주, 많은 사람들을 잠못 이루게 한 이벤트가 있었으니, 바로 최순ㅅㅂㄹㅎ. 아니 DEVIEW 2016 이었을 것이다. (판사님, 요즘 과도한 업무로 피곤해서 오타가 많이 나는 그런 기운이 옵니다)


DEVIEW는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네이버에서 돈을 펑펑 써가며 개발자들을 한데 모아주고 핫 트렌드와 정보를 공유하며 세션을 열어주는 국내 최대 개발자 이벤트중 하나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티켓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작년 데뷰 2015에는 아주아주 운좋게 일면식도 없는 페이스북 친구 석상옥 박사님(MIT 치타 로봇으로 유명하며 네이버 랩스에 근무중)이 뿌려주신 티켓을 받아서 갔었다.
이번 데뷰에서 네이버 랩스에서 3D SLAM으로 실내 지형을 파악하며 돌아다닐 수 있는 이동형 로봇 M1 을 선보이셨는데, 아주 근사하다. 지난 1년간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신듯 하다. 1년만에 만나뵙고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할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도 나는 참 억세게 운이 좋은 녀석이다.
바로 비트파인더가 데뷰 2016에서 세션 발표를 해서 데뷰에 승차를 한 것이다!!
게다가 부스까지 줬다. 하하 역시 IoT 기업이 귀하구만.

작년에는 내가 데뷰에서 부스에 앉아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인생은 참 살고 볼 일이다.





Deview 2016 에서 발표중인
Kevin Cho, CTO of Bitfinder.

발표 자료는 아래 데뷰의 공식 슬라이드 쉐어에서 볼 수 있다.
http://www.slideshare.net/deview/133awair
곧 데뷰 공식 사이트에 동영상도 올라올 것이니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도 꼭 한번 봐주길 바란다.


발표를 들은 분들은 다들 아실테지만,
이번 글에서는 비트파인더가 어떻게 성장해 왔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얼마나 빡센지
어떤 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스타트업을 하면 헝그리 하다. 아무리 투자자 많은 천조국이라 할지라도 아이디어가 인정받기 전에는 개러지에서 그지처럼 시작하는게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맥북 하나만 있으면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스타트업 하기 아주 좋다.

그런데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먼저 유형의 제품이 있어야 하고, 유형의 프로토타입 이라도 만드려면 돈이 많이 든다. 프로토 타입 제품을 개발하기도 쉽지 않은데 한번 잘못된 제품을 양산을 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팔지도 못하고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제조업이 빡센거다... 제품 양산 직전엔 특히.. (아이고 내가 왜 임베디드에 꽂혀서 여기까지)

우리집 고양이가 만든 이미지. 저나 비트파인더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한번 생산하면 낙장 불입이여




어, 잘못 만들었네.. 430만대 쯤이야.. 리콜 할게요 (feat. Samsung)


갤럭시 노트7 손해 비용이 우리 회사 기업가치의 몇십배는 된다... 하하




요즘에는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들이 굉장히 널리 보급되고 있고 누구나 쉽게 프로토 타입을 만들 수 있긴 하다.
안타까운 것은 하드웨어 스타트업 하는게 쉬워졌다고 떠드는 무지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로 제품 개발하겠다고 한다던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기 바란다.



(하하 스타트업도 장난이 아닌데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우습니?)


그래서 참 성공하기 힘든 것이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비트 파인더가 처음 제품을 만들때도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을 나도 이번 세션 발표를 듣고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케빈님이 용산과 구로를 발로 뛰어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부품을 찾아 다녔다는 이야기를 할때는 예전에 나도 연구용 드론을 만들기 위해 세운 상가를 헤메던 기억이 나서 왠지 좀 짠했다.

케빈님이 이야기 하길 실리콘 벨리에서는 하드웨어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번 실리콘벨리 여행의 기억을 잠깐 떠올려 보면 여기가 테크 회사인지 시골 동네 인지 모를정도로 한적하다. 그런 동네에서 어디서 부품을 찾고 어디서 보드를 뜨고 어디서 조립을 하겠는가?
라즈베리파이 3 하나 사려고 차로 30분을 간 적도 있다 ㅋㅋㅋㅋ

게다가 1970~80년대에 이미 반도체를 한번 제조해 본 동네이고 산업 재해도 많이 발생해본 경험이 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공해 산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개도국인 아시아 쪽으로 많이 넘겨 버렸다. (생각해보니까 열받네 진짜 나쁜 XX들이다.)


개인적으로 서울 수도권의 초 인구 밀집이 너무나도 싫지만 고도로 발달한 교통편과 빠른 물리적인 교류 덕분에 용산에서 발품좀 팔면 몇만원으로 원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힘든 이유중 하나는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 했듯이 다양한 테크놀러지 스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인터넷 서비스 회사 또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파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기술 스택과 포지션 다양성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발자 한두명만 있으면 회사 하나 뚝딱 만들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그래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고, time to market of production 도 평균적으로 길다.


어웨어 제품에 필요한 기술 스택과 해야할 일들을 나열해 보자.
제품 하우징 및 디자인, 공기 질 센서 Calibration 및 노이즈 필터링, 마이크로 컨트롤러, 와이파이 블루투스 무선 통신, 디바이스 메세징 서비스, Restful API, 백엔드 서비스 서버, 빅데이터 분산 Database, iOS/Android Mobile 어플리케이션, 웹 UI/UX, 클라우드 인프라(아마존 AWS), 하드웨어 & PCB 설계, 하드웨어 QC(EMI 테스트 등), 양산 및 조립, 제품 포장...

내가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이정도이다.

보통 양산만 해도 TP(Test Production), PP(Pre Production), MP(Mass Production) 등의 단계를 거치는데 중간 중간 하드웨어 개발 및 양산 단계 과정에서 제품 검사를 위한 폭포수 개발 단계를 따른다고 이해하면 된다.



비트파인더의 포지션들을  한번 나열해 보자.  (임원, 운영, 마케팅, 디자인은 제외)

제품 디자이너 : 제품의 외관 디자인과 물리적 UI/UX 에 대한 동작 설계
금형/기구 디자이너 : 디바이스의 하우징과 부품이 내장될 프레임 금형을 설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센서, 무선 통신 모듈등을 구동하는 디바이스 내장 소프트웨어를 개발
모바일 앱 엔지니어(iOS, Android) : 엔드 유저가 디바이스 서비스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백엔드 엔지니어 : 디바이스로 부터 전송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를 가공하는 서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론트 엔지니어 : 웹 UI/UX 를 통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시스템 아키텍트 : 전체 서비스 인프라를 설계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기 위한 Dev Ops 역할을 함

정말 다양하다. 다양한 테크 스택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없이는 이러한 팀을 이끌기 쉽지 않다. 각 기술에 대한 이해를 하고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고, 팀원들 간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한다. 개발 프로세스도 서로 상이하고 관점들이 다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큰 이슈중 하나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인데 하나 빠진 중요한 포지션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에서 하드한 인생을 경험을 하고 싶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회사들이 그렇듯 제조와 관련된 많은 부분들은 협력사의 도움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생산 공장도 보유하고 있던 중견기업이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팀이 별도로 있었고 아트웍 엔지니어(실제 프로세서나 소자들을 연결해 주는 PCB 패턴 설계) 까지 있었으며 PCB 보드가 나오면 기구팀이 설계한 프레임과 내부 부품들을 조립하고 제품 포장까지 모두 관여 하였다.

나는 소프트웨어 팀에서 펌웨어를 개발했기 때문에 하드웨어 쪽 이슈는 별로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그냥 잘 만든 하드웨어 위에 펌웨어만 개발해서 맛있게 구워내면 그만이었다. (내장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비휘발성 메모리에 기록하는 작업을 굽는다 (burning) 표현한다. 모바일 엔지니어들은 프로그램을 말아서 넣는다고 표현하더라.)

뭐, 지금 생각하면 업무 자체는 단순해서 신경쓸게 없어 편하긴 했다. (업무가 편한거지 몸과 마음은 불편했지..ㅋㅋㅋ)



지옥같던 제조 회사 동굴에서 제조 쑥과 생산 마늘을  3년간 처 먹으며 제품 두어개 사이클을 돌아보고 굴러보고 나니,  개발 프로세스 경험도 쌓였고 이슈 대응에도 친숙해서 경력직 임베디드 개발자로 다시 태어나서는 비트파인더에 합류해서 그 경험과 지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근데 여기도 지옥이야
아무튼 우리같은 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생산과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협력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회사 마다 다르겠지만 생산 공장은 필수로 찾아야 한다.




동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우리나라는 정말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부터 시작해서 생각보다 많은 하드웨어 부품들과 센서 제품, 그리고 생산 공장 들이 한국에 있다.

실리콘벨리의 Designed in California 마크를 달고 출시되는 혁신적인 gadget 들이 아시아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실리콘벨리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기술 트렌드나 문화는 실리콘벨리가 리드하고 있지만 조금씩 시장의 흐름과 판도는 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다.

증가하는 젊은 노동 인구(한국 일본 빼고), 잠재 시장, 그리고 값싼 인건비와 제조 능력.



제조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중국과 대만은 이미 커버린 제조 강국이고 비싸졌다. 전세계의 반도체 생산 수요는 늘어나고 있는데 그 수요를 감당해 낼 수 있는 곳도 몇 없다.
대표적인 파운드리 회사(반도체의 제조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인 대만의 TSMC는 발주를 하는 회사들이 제발 우리 것좀 생산해 달라고 굽신 거릴 정도로 슈퍼 '을' 짓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상당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데, 이제는 오히려 중국의 인건비가 더 비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국의 엄청난 고급 인재들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그 바탕으로 굳건히 아시아의 신흥 경제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중국 공장 인건비가 싸서 제조 단가가 싸다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ㅋㅋㅋㅋㅋ 그 비밀은 한번에 많이 만드니까 단가가 싼거다!!!

기본 10K (10,000) 단위 아니면 수주를 안하는데 고작 1~2천개 생산해 달라고 두드려 봤자 받아 주지도 않는다.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10K 단위로 제품을 만들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
많이 생산할 수록 제조 단가는 싸지만 그만큼 실패했을 때 리스크는 몇배로 돌아온다.




결론은 중국은 싸지 않아.






그래서 회사 초창기에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초도 물량 생산을 50여개 정도를 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일일이 손으로 땜을 하고 조립을 하였다고 한다.. (50개 생산해 주는 공장이 어딨나?) 아마 불량률이 엄청났을 거다.
그래도 완성된 양품들은 전부 팔렸다고 하니 정말 좋은 시작이었다.

 Awair Proto type
어, 연구실에서 많이 해 본 익숙한 풍경이...









이렇게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여기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투자자와 멘토를 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Seed 투자를 받고 Awair 초도 생산 물량을 2015년 말에 해서 미국에서 shipping 하였고, 올해 초에 한국에서도 판매를 하기 시작 하였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비트파인더의 초창기 모습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제품을 출시하기란 이렇게 어렵다.

그만큼 초창기에 창업 멤버들이 고생들을 많이 하였고, 제품 생산과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이뤄 냈다는 것에 정말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에 좀더 많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성공을 하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번 글을 마치려고 한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나 성공 사례들은 참 찾기 어려운 것 같다.

나도, 우리도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고 매일 매일이 새롭고 전쟁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서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내가 겪은 경험, 비트파인더가 거쳐온 과정들이 많이 공유 되어서 새로 태어나는 Seed 들에게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