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4일 일요일

S4E06 - Am I in Singapore truly? - Digital life and Metaverse


Me, working in Singapore




Hi guys, please review this PR. this is to fix a bug we talked about this morning.

Gentle reminder: we are going to release this change list at 3PM. Please let me know if you have any concern. cc: A, B, C

Hey C, I have a question about what you have done before...





오늘도 Slack 채널과 DM은 고요한 전쟁과도 같다.  개발자나 IT 업계 종사자는 Slack 을 모르면 간첩이다. 북한에서는 안쓸 확률이 크니까..  중요한건 요즘 회사에서 메신저(Slack) 안쓰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2016년 Awair를 다닐때 Slack을 처음으로 회사에서 사용하였고, 그 이후로 세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지금 Endowus에 이르기까지 Slack을 쓰지 않은 회사는 없었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Slack은 더욱 더 회사 업무에서 빠질수가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최근에 팀 리드인 Jay님이랑 이야기하면서 알게된 재밌는 사실이 있다.


승화씨, 우리 회사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좀 괜찮아 지더라도 재택 근무는 계속 하게될거 같아요.
우리회사 오피스에 이미 자리가 모자란거 알아요? 인원이 벌써 90명이 넘어가요. 그런데 지금 오피스를 안나가니까 자리가 텅텅비어 보이지만 이미 수용 인원을 넘어섰어요..


Jay님 말로는 회사가 이러한 상황에서 크기가 더 큰 오피스를 새로 구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모든 직원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한 공간에 모여있지 않아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코로나가 쏘아올린 작은공은 전세계 근무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싱가폴에 오기전에도 한국에서 나는 거의 반년을 원격으로 근무를 하면서 회사 사람들 얼굴도 안보고도 업무를 해왔지 않은가? 그 와중에 우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 아마 싱가폴 상황이 꼬여서 비자 발급이 늦어졌더라도 아주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Facebook, Twitter 가 태초에 소셜 네트워크 트렌드를 시작할 때 빠르게 기업용 소셜 네트워크 툴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을 선점하여 지금은 명실상부 IT  회사의 필수 활용 툴로 고유명사화 되어버린 서비스 Slack. 이 Slack 서비스가 지난 2021년 7월 SalesForce에 인수되었다고 한다.  (https://www.salesforce.com/news/press-releases/2021/07/21/salesforce-slack-deal-close/)



라고 내 집주인 Rodney씨가 내 모니터에서 슬랙을 보더니 뒤에서 알려준다...

헤이, 스티브.. Slack 쓰네요. 저거 우리 회사가 최근에 인수한거 알아요?
(디지털 세상에 심취해 일을 하고있던 내게 현실 세계의 집주인이 말을 걸었다)




싱가포리언인 Rodney 씨는 마침 화장실 수리를 위해 핸디맨과 잠깐 방문해 있었다. (재택근무의 장점.. 평일에도 나같은 독거노인이 집안일을 겸할수 있다)  업무에 정신이 팔려서 Rodney 씨가 와 있었다는 사실을 잠시 깜빡했지 뭐야



헤이 스티브, 너 무슨 프로그래밍 그런 일하니? 슬랙 쓰네? 나도 회사에서 이거 쓰는데 이거 좋다. 우리 회사가 이거 인수했어

네, 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요. 로드니 당신네 회사가 어디에요? 

나 SalesForce 다녀 최근에 우리 회사가 저거 인수함

오, 로드니 SalesForce 다니는군요? 근데 슬랙이 SalesForce에 인수 된지는 몰랐네요..




로드니씨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무슨 일은 하는지, 자기는 홍콩에서도 2~3년 근무를 한적이 있다는 등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핸디맨이 화장실 수리가 끝나자 나보고 냉장고 부품은 담에 갖다 주겠노라 짧게 인사를 하며 핸디맨과 함께 급하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다시 슬랙 세상으로 돌아와 업무를 시작하였다



정신없는 하루 일과가 끝나고 창밖을 보니 아직은 조금 밝지만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다. 저녁 7시 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 물을 한 잔 마시며 아이패드를 펴 들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까?"
"해외에서 난리난 오징어 게임 근황"
"마블리 마동석 이터널스"
"잘때 들으면 떡실신 모닥불 소리"
"싱가포르에서 집 구하기, 월세 얼마나 되나?"


유투브 앱 화면엔 그동안 AI 알고리즘이 열심히 내 웹 검색과 유투브 구독 등의 기록을 스토킹해서 취향 저격한 추천 영상들이 리스팅 되어 있다.


NFT와 WEB3 가 요즘 핫한 코인 메타인가 보네..
이번주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이 없어서 약조정이 왔다고?








업비트를 켜고 차트를 보면서 한국 거래소에 있는 내 자산이 얼마나 줄었나 본다.. 
아직 주봉상 상승 추세는 안깼구나.. 이것또한 지나 가리라.. 조정따위.. 사나이 매수!






오늘은 밥을 하기가 귀찮았다. 30분전 Grab Food 서비스로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나보다.


똑똑

밥먹어라 네오

현실세계의 그랩 딜리버리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음식을 받아들고 늘 그렇듯 테라스에 앉아 습관처럼 사진을 찍는다. 레스토랑을 못가는 처지가 서럽지만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별일 없다는 듯 주문한 배달 음식을 올렸다. 한국과 미국의 친구들이 싱가폴 소식에 반가운지 좋아요를 눌러준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작년부터 조금씩 무과금 으로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 원신을 플레이 했다. (한달 3만원 이하는 무과금 이라고 EA에서 배움
야금야금 퀘스트를 깨면서 모은 원석(게임 내 재화)을 가챠에 돌렸더니 신규 케릭터가 뽑혔다.. 딱히 기분이 좋진 않다.. (남자 캐릭터자나)




카톡


카카오톡은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메신저이다. 한국에 있는 동생이 기특하게도 엄마 김치 냉장고를 사주려나 보다. 가족 단톡방에 몇몇 냉장고 모델을 올려놓았다.

그렇게 가족들과 근황 토크를 좀 하다가 굿나잇 이모티콘을 주고 받다보니 밤이 꽤 늦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곰곰이 지난 하루를 되돌아 본다.




오늘 하루 즐거웠어, 역시 싱가포르 생활은 재밌다.
그치? 나.. 싱가포르에 있는거 맞지?


슬랙으로 일하고
코인 앱으로 차트 보고 매매도 하고
유투브도 보고
배달앱으로 저녁도 시켜먹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도 올려보고
게임도 하고
가족들과 카톡도 했다


역시 싱가포르 생활은 즐겁다... 응?




집에 인터넷이 설치된 이후로 오피스에 특별 허락을 받아 출근을 하는 것이 제한이 되었다.
그러자 평일 대부분의 일상은 한국과의 생활 패턴과 1도 달라진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현타가 온다


가끔씩 디지털 세상에서 로그아웃 해서 


이렇게 테라스에서 밥을 먹을때 앞에보이는 열대 기후 나무들과

시내를 돌아다닐때 보이는 이국적인 거리들을 볼때서야

비로소 내가 싱가포르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갑자기 평범한 하루 일과를 늘어놓고 이런 심정을 글로 적은 이유는 이렇다.
그냥 블로그 분량을 좀 채우고 싶어서 다소 오바를 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사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싱가포르에 와서도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은 한국에서의 삶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심지어 한국이랑 시차도 1시간 밖에 나지 않아서 내가 싱가폴에 갔다고 말을 안하면 누군가는 내가 아직 서울에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 직업이 개발자라는 것도 한몫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시간들은 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싱가포르에 와서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것이다.

내가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의 중요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은 물론,

몸은 물리적으로 싱가포르에 와 있지만 (디지털 세상의) 내 삶의 일부분은 이 지구상 어디를 가든  다를게 없다.




페이스북이 최근 사명을 Meta 로 변경하였다. 앞으로 회사의 거대한 흐름을 Metaverse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가까운 미래에는 아재 용어 취급 받으며 촌스러운 용어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변화를 어느정도 함축적으로 고유명사화 해준 것은 확실한 듯 하다.



예전에 메타버스에 대한 조금 신선한 해석을 한 트위터 글을 봤다.
그중에서도 나는 



메타버스는 레디플레이어원 이나 메트릭스 같이 SF 영화에서 나오는 가상 현실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중요해지는 세상이 아닐까?


라는 부분에 정말 전적으로 동의하고 이미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싱가포르에 와서 더욱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실존하는 물건(미술품, 야구카드)에 대한 소유욕이 만들어낸 시장은 이미 디지털 세계에서 NFT로 그대로 현실화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현실에서 만나서 사귀는 친구보다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사귀는 친구가 더 많다. (인간관계의 경중은 온라인 오프라인이 별 차이 없다고 본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같이보낸 시간이 길었던 사람이 온라인에서 주로 대화한 사람보다 항상 더 잘 맞는 친구가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는건 이미 다들 공감할 것이다)

코로나로 강제 검증이 되고 이젠 익숙해져버린 일상인 원격근무는 앞으로 더욱더 가속화 되고 활용될 것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Endowus 에서도 매일 대화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중에 얼굴도 모르고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의 비중이 훨씬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이미 물리적 종이나 금속 화폐는 불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암호화폐는 이 디지털 경제 시스템을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의 경제시스템은 지금보다 더욱더 디지털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만 더 격렬히 디지털 화가 되고 싶어)

그래서 암호화폐가 언젠가는 실현시켜줄거라 믿는 hyper digitalized economy system은 메타버스의 구현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찌됐건 싱가포르에서의 평범한 하루를 살던 도중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조금 두서가 없는 이런 결론까지 나오게 되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미 메타버스 안에 살고 있는건 아닐까
Endowus는 이미 나에겐 메타버스였다.




그래서... 앞으로 이거 돈이 되는 건가?